장롱속 비자금으로, 뇌물로, 세금탈루로 악용될 우려가 컸던 5만원권이 광명을 찾고 있다. 누적환수율이 48%에 육박하며 역대최대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다만 98% 수준에서 안정화하고 있는 만원권 누적환수율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제 기능을 한다고 보기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화폐발행잔액에서 차지하는 5만원권 비중도 81%에 근접하며 2개월연속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환수율이란 시중에 풀린 발행액 대비 한은에 돌아온 환수액 비율을 의미한다. 환수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돈의 회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환수율이 낮다는 것은 돈이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가는 등 요인에 따라 회전율이 떨어졌음을 뜻한다.
5만원권의 연도별 환수율도 2014년 25.8%를 저점으로 2015년 40.1%, 2016년 49.9%, 2017년 57.8%로 증가 추세다. 올들어 4월 현재까지 환수율은 76.2%에 달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우선 2014년 하반기 이후 5만원권 공급이 늘었고, 민간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하면서 공급 부족을 우려한 가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또 2015년부터 만원권 제조화폐 배정시 5만원권 입금실적을 반영하는 조치를 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만원권의 누적환수율은 4월 현재 98.74%를 기록하는 등 2015년 이후 수년째 98%선을 유지하고 있다. 5만원권 누적환수율이 더 늘어날 필요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한은 관계자는 “꾸준히 발권정책을 편 결과다. 그동안의 비정상에서 정상적으로 가는 상황”이라면서도 “만원권은 5만원권 사용이래 사용량이 줄면서 누적환수율이 높아지고 있다. 5만원권 누적환수율이 만원권 누적환수율만큼 높아져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4월말 현재 5만원권 발행잔액은 88조6515억원을 기록 중이다. 화폐발행잔액이 109조6134억원임을 감안하면 총잔액에서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80.88%에 달했다. 기념주화와 기념은행권을 제외한 비중도 80.98%였다.
앞선 관계자는 “일본 고액권의 경우 90%가 넘는다. 쓰기 편한데다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5만원권 발행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