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앞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를 세워 그동안 진입이 어려웠던 선체 좌현의 협착된 부분과 보조기관실 등 미수색 구역에 대한 본격적인 수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 3주의 준비 작업을 거쳐 7~8월에 약 5주간 본수색에 나선다. 현재 5명의 유해가 미수습됐다. 해수부는 지난해 기관실에서 유해가 발견된 적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유해가 추가 발견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정말 이 구역에서 나머지 5명의 유해가 발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세월호’는 기자들 사이에서 금기시하는 용어 중 하나다. 세월호 참사 때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결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기 때문이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기레기’라는 표현은 2010년대 초반에 네티즌들 사이에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2013년 4월 미디어스가 네이버의 뉴스스탠드 기능을 비판하는 기사를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이 기사는 “네이버가 뉴스스탠드 기능을 선보임으로써 언론사들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본문 내용과는 다르게 제목을 자극적이고 동떨어지게 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레기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세월호 참사 때 “전원 구조했다”는 오보로 시작된다. 한 언론사의 오보를 대부분의 언론사가 구체적인 확인 없이 받아쓰면서 말 그대로 기레기 참사를 낳았다.
세월호 참사에서 기자들이 기레기로 비판받은 것은 언론사 자체적인 문제도 있지만, 네이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9일 네이버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후폭풍에 따른 댓글조작 대책을 발표했다. 3분기부터 네이버 모바일 메인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검색어를 없앤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세월호 직립 작업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였다.
기자들에게 네이버는 언제부턴가 성역처럼 여겨져 왔다. 네이버에 검색되기 위해 신규 언론 매체들이 온 신경을 집중하고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수많은 매체가 매년 대책을 세운다. ‘실검’이라고 약칭되는 실시간 검색어는 기자들에게 트래픽(서버에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이 잘 나오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압박을 준다.
주요 언론사들이 디지털을 강화한다고 발표하는 것은 대부분 네이버를 향한 구애다. 네이버를 잡아야 트래픽이 오르고 돈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자가 설 자리는 없다.
세월호가 바로 서고 5명의 유해가 발견되면 기레기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을까. 네이버가 실검을 없애면 기레기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을까.
명색이 신문기자이지만, 신문을 돈을 주고 사본 지 오래됐다.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에 살면서 가끔 지방 시외버스터미널에 가보면 어느샌가 신문 가판대가 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방에서는 아예 신문을 접할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만 바뀐다고 언론이 제대로 설 수 있을까. 그건 아닐 것 같다.
soq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