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화장품 판매 매출은 작년에 전년 대비 6.4% 증가한 1490억 달러(약 160조5326억 원)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은 860억 달러, 유럽 시장은 940억 달러에 달했다. 잉크우드리서치는 2024년까지 글로벌 화장품 시장 규모가 75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장품 시장의 전망이 밝은 이유는 아마존의 공세에 잠식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화장품 매출의 온라인 비중은 커지는 추세다. 미국에서 화장품 온라인 판매 비중은 2011년 5.6%에서 2017년 10.2%로 늘어났다. 아마존닷컴에서 화장품 제품군은 전체 제품군에서 5번째로 인기가 많다. 그런데도 화장품 매출의 유통 경로는 다양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뷰티콘이다.
뷰티콘은 미국 최대 오프라인 뷰티 행사로 1년에 세 번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댈러스에서 열린다. 2011년 수십 명의 유튜버 모임에서 시작된 뷰티콘은 이제 수만 명의 소비자가 몰리는 축제가 됐다. 뷰티콘의 모즈 마흐다라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화장품 산업은 현재 4650억 달러에 달한다”며 “화장품 소매업은 엄청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의 86%는 화장품을 사고, 78%는 스킨케어 제품을 사들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구매의 동기인 ‘경험’이 오프라인 판매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의 시메온 시에겔 애널리스트는 “화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뷰티콘을 둘러싼 흥분은 그 자체로 기쁨”이라며 “이것이 아마존의 공격에 방어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시장의 성장을 떠받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유튜브다. 뷰티 유튜버들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의 최고 쇼핑 메이트가 돼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유튜브에서 화장품 관련 동영상은 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조회 수가 높은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화장품 소비량은 2년 전보다 25% 증가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다이아몬드에서부터 의류, 시리얼 등 전방위에 걸쳐 소비재를 이전 세대들보다 덜 구입한다는 특징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마흐다라 CEO는 “뷰티콘을 방문하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팔로워 수가 3500명이며 수입의 상당 부분을 화장품을 사들이는 데 쓰는 사람이 많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뷰티콘을 찾은 모델 조안나 지마르(12)는 “화장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부모님이 한 달에 500달러를 화장품 살 용돈으로 주신다”고 말했다.
유투브를 무기 삼아 대규모 광고 없이 성장하는 독립 브랜드들도 눈에 띈다. 2016년 미국 모델 카일리 제너가 설립한 화장품 업체 카일리제너는 별다른 광고 없이 유튜버들의 입소문으로만 빠르게 성장했다. 카일리제너는 설립 18개월 만에 4억2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투자은행 인트레피드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산업에서 일어난 글로벌 인수합병(M&A)은 105건이었으며 이는 3년 전보다 70% 증가한 규모다.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는 2016년 투페이스드를 인수했고 이어 베카코스메틱스도 인수했다. 베카코스메틱스는 2015년 유튜버 재클린 힐의 광고로 화장품 전문 매장 세포라에서 20분 동안 2만5000개의 하이라이터 제품을 완판한 브랜드다. 맥킨지에 따르면 2015~2017년 사모펀드가 화장품 기업에 투자한 자금은 16억 달러에 달한다. 인트레피드의 스티브 데이비스 전무 이사는 “사모펀드는 화장품 산업과 사랑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세포라, 얼타 같은 화장품 제조·유통 통합 기업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두 업체가 전체 미국의 화장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1.8%였으나 2017년 15.4%로 성장했다. 얼타는 작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1% 증가한 59억 달러를 기록했다. 얼타는 올해 미국에서 매장 102개를 새로 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