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 취임과 함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뜨거운 이슈였던 '노동이사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야는 민간금융사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근로자대표를 이사로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상법’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상법 개정안은 사내이사 1명을 노동조합 총회에서 추천한 사람 또는 5년 이상 노조 임원 경력을 가진 사람으로 임명토록 했다. 이를 위반할 시엔 5000만 원 이하 과태료도 부과 받는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액주주·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 등에 관한 제도개선이 담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2일 금융노조, 사무금융노조와 함께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 방안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윤 신임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자격으로 이날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윤 신임 원장이 이끈 금융행정인사혁신위는 지난해 12월 20일 최종 권고안을 통해 “낙하산 방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회사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검토를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혁신위는 금융공공기관에는 노동이사제를, 시중은행 등 민간기업에는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노동이사제가 노동자 대표가 직접 경영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라면,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동자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금융노조는 10일 열리는 노사 대표단 산별중앙교섭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력 주장할 예정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윤석헌 신임 원장이 노동이사제를 찬성하는 등 개혁적인 성향이라는 점에서 취임을 환영한다”며 “다만 관료들의 높은 장벽에 추후 개혁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신임 금감원장, 노조가 노동이사제 도입에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달리 금융위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융위는 혁신위 최종 권고안이 발표된 하루 만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노사문화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이뤄진 뒤에야,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