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회장들이 재벌 총수처럼 돼 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놓고 연이어 작심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정 금융회사 및 인물이 아닌 상황에 대한 지적이라고 선을 그엇지만, ‘권력’의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에 새로운 형식의 관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11일 출입기자 대상 송년세미나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선임되고, 그 사람이 제대로 평가받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하는 것이 우리(정부) 생각”이라며 “금융회사는 대주주가 없다 보니 현직(최고경영자)이 계속 (연임)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셀프 연임’ 관행을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또 다시 쓴소리를 이어간 것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임원회의에서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이 허술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당국 수장들의 발언을 놓고 최근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최 위원장은 “특정인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민간회사 인사에 개입할 의사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당국의 경고가 반복되자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당국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 위원장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그의 메시지가 관의 부당한 인사 개입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최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결이 다르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금융권 노조와 시민단체가 지적해온 ‘셀프연임’이 실태점검 핵심 타깃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셀프연임은 회장이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사외이사가 차기 회장을 뽑기 때문에 회장이 연임하기에 유리한 구조라는 문제 제기다. 달리 해석하면 제왕적인 금융그룹 회장 선임 과정의 문제를 불식 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 추천 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앞서 KB금융 노조협의회는 윤종규 회장에 대해 셀프연임이라고 비난하며 노동이사제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문제는 정부의 ‘친노(親勞)’성향을 등에 업은 노조가 ‘노동이사제’등을 앞세워 경영권 개입을 주장하면, 정부가 이를 받아 금융회사를 압박하는 ‘노조→정부→>금융회사’로 이어는 노치(勞治)와 관치(官治)가 합쳐진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당국의 셀프연임을 지적하는 이면에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노동이사제 도입을 명분화하기 위한 절차로 분석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