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시중은행 노조가 금융 이해도가 높은 중립적 성향의 인사를 노조 측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부결 가능성만 높이고 노사대립을 야기하는 정치색 짙은 사외이사는 추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KEB하나· 우리) 노동조합은 주주총회 등을 앞두고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군을 찾는 작업에 돌입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주주는 은행 의결권 지분을 0.1%만 보유해도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노조가 우리사주조합 지분(0.47~5.37%)으로 주주제안을 통해 본인들을 대변할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이다.
KB국민 노조는 이번에는 정치색이 없고 경영 커리어가 있는 인사로 사외이사를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노조가 CFA자격증이 있는 금융권 인사 위주로 접촉했지만 상대쪽에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노조 관계자는 “지금 제3의 인물과 접촉 중으로 후보군을 넓게 두고 물색하고 있다”며 “사외이사 추천을 한 명으로 할지, 두 명으로 할지는 아직 미정이다”라고 말했다.
KB국민 노조는 국제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노조 추천 사외이사 안건에 반대의견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이번 주총의 최대 목표로 두고 있다. ISS는 지난해 11월 주총에서 KB금융 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올린 정관변경안과 하승수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건 모두에 반대의견을 냈었다. 노조 측 사외이사 후보자는 이르면 다음주 확정된다.
우리은행 노조는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교수 출신으로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다. 이번에도 중립적인 인사로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우리은행 노조는 사외이사 추천 시점을 우리은행의 정부 잔여지분이 팔리고, 지주사로 전환한 뒤로 두고 있다.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사주조합(지분 5.37%)이 단일 최대주주인 예보로부터 추가로 지분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사외이사 추천 방식을 주주제안으로 할지, 경영진 설득으로 할지 검토 중이다. 노조는 금융 이해도가 높은 학자나 시민단체 출신 등을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이달 말께 추천 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 금융사 노조위원장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등 금융권을 잘 아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으로 절차에 따라 사외이사로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일반직원이 아닌 노조 간부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반 시중은행들은 노조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하지만, 국책은행은 근로자 대표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노동이사제)한다. 이에 노조는 노조위원장 등 노조간부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일반 직원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면 경영진 눈치 보여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위원장 포함 노조간부를 참여시키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