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가 매출이 뒷걸음질치는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 시장은 가정간편식(HMR)에 밀려 3년 만에 2조 원을 넘지 못했지만 해외 수출 시장 다변화에 힘입어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보다 30% 이상 성장했으며 올 들어 1분기까지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기준 국내 주요 라면 제조사들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1조98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2014년 1조8470억 원을 시작으로 3년간 증가하던 매출은 2016년 2조 원대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다시 1조 원대로 내려왔다.
농심과 오뚜기, 삼양, 팔도 등 4개 제조사 모두 매출 감소를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3조 원대에 진입한 HMR 시장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유통사들의 HMR 시장 진출이 잇따르면서 건강과 편의성 모두를 갖춘 제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진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해외 시장 수출액은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에도 불구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3억8000만 달러(4100억 원)로 2016년의 2억9000만 달러(3127억 원)에 비해 31%나 늘어났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1억7만3000달러(1078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1분기 수출액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1489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9.1%나 늘어났으며 일본 역시 27.2% 증가해 732만3000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 1위를 책임지던 중국의 경우 사드 보복 조치 등으로 실적이 다소 주춤했음에도 미국 소비가 눈에 띄게 늘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2016년과 2017년까지만 해도 중국과 미국 시장의 라면 수출액은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던 반면 올 1분기에는 중국 수출액(1576만 달러)과 미국 수출액(1489만 달러)이 거의 엇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유통공사 측은 “신제품 수요 증가 및 히스패닉 등 소비 계층 다양화로 대미 수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미국뿐 아니라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신흥 시장도 라면 수출에 힘을 보탰다. 2017년부터 수출 주요 5개국에 포함되기 시작한 태국은 올 1분기에 576만 달러를 수출해 일본 다음인 4위를 기록했다. 세계 8위의 라면 수요 대국인 필리핀 역시 최근 들어 한국산 라면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 주요 수출국에 포함되진 않았으나 현지 시장 내 점유율은 한국 라면이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이들 시장에서는 농심 신라면을 비롯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같은 한국 특유의 매운맛을 강조한 라면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추설희 필리핀 마닐라 무역관은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은 한때 현지 유통업자들 사이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며 “높은 수요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도심 외 지역에도 한국 라면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