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에서 이 분야에 가장 먼저 뛰어든 모델은 쉐보레 트랙스(2013년)다. 경쟁 모델이 없는 가운데 편의장비와 성능, 배기량 등에서 현대차 투싼ix와 기아차 스포티지와 힘겨운 경쟁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말리부와 함께 가장 경쟁력 있는 쉐보레 라인업으로 트랙스를 손꼽는다. 쉐보레 앰블럼만 아니라면 지금보다 2배는 팔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우스갯소리는 아니다.
같은 해 연말 르노삼성도 르노 캡처를 베이스로 한 QM3를 선보였다. 국산차 앰블럼을 달고 있지만 엄연히 르노의 스페인(바야돌리드) 공장에서 가져오는 수입차다. 르노 앰블럼을 떼고 르노삼성이 배지 엔지니어링을 더해 판매 중인 셈. 애초부터 SUV를 표방하는 대신 다양한 기능을 담은 CUV를 앞세웠다. 그러나 교통안전공단 충돌테스트 분류상 엄연하게 소형 SUV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후 2015년 등장한 쌍용차 티볼리는 B세그먼트 SUV 시장을 본격화한 주인공이다. 상품성보다 제품 전략과 디자인이 주효한 사례다. 앞서 등장한 QM3와 달리 시장 진입도 쉬웠다. ‘쌍용’이라는 SUV 전문 메이커의 이미지 덕에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손쉽게 SUV로 불렸다.
쌍용차 라인업 가운데 가장 아랫급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수요층을 끌어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반응 좋은 파워트레인과 모자람 없는 품질도 이를 뒷받침했다.
늦었지만 현대기아차 역시 지난해 B세그먼트 SUV 시장에 진입했다. 현대차가 코나를, 기아차는 스토닉을 각각 내세웠다. 코나의 경우 이 시대 현대차 SUV의 디자인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 큰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국내 B세그먼트 SUV 시장은 쌍용차 티볼리와 현대차 코나의 1위 싸움이 치열하다. 지난해 연말까지 티볼리가 1위를 고수했고 올 초 코나가 역전했다. 3월에는 순위가 또 바뀌어 티볼리(4121대)가 1위, 코나(4098대)가 2위로 밀렸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770만 대로 줄여 잡았다. 쌍용차는 올해 15만 대를 기대하고 있다. 생산 규모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티볼리의 선전은 그만큼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