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동차 전장 부문 대형 M&A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꾸준히 인수설이 나오던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FCA) 계열 ‘마그네티 마렐리’와 오스트리아 ‘ZKW’가 그 대상이다. 최근 인수합병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분위기는 다시 바뀌고 있다. 재계에선 삼성과 LG가 연내 대형 M&A에 성공하며 전장 사업 덩치를 키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FCA 이사회는 자회사 마그네티 마렐리 분사를 결정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한 밀라노 증권거래소 상장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FCA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는 “주주들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마그네티 마렐리는 전략적 유연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사를 두고 일부에서는 매각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분사 결정을 승인했다는 것은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압박용이거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삼성전자와 FCA간 마그네티 마렐리 M&A 협상이 재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석방 후 첫 공식 행보였던 유럽 출장 기간 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그룹 경영진과도 비공식 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장 업체 ZKW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ZKW는 전장사업에서 광범위한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전장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한 LG그룹으로선 매력적인 매물이다. LG전자는 그러나 세 차례 공시를 통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올 초 오스트리아 현지에서는 가격 문제로 LG전자와의 협상이 결렬됐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는데, ZKW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부인했다.
LG전자의 ZKW 인수합병 협상은 상반기에도 마무리 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ZKW 인수가격은 1조 원 중반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 가격은 LG그룹 인수합병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해본 적이 없는 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듯 보인다”며 “인수에 성공한다면 LG그룹 전장사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