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신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사에서 ‘약탈적 대출’을 언급하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그 동안 은행들은 ‘전당포식 영업’을 통한 손쉬운 예대마진 확보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KB금융의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9296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8876억 원보다 4.7%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6132억 원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 4134억 원 대비 19.4%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지난해 1분기와 달리 일회성 요인이 사라진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경우 실적이 다소 줄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지난해 1분기와 달리 일회성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실적에 카드 충당금 환입액 3636억 원, 우리은행은 과거 중국 화푸빌딩 매각 회수 1705억 원 등이 반영됐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1500조 원을 육박하면서 은행들의 곳간 채우기도 한창이란 지적이다.
신임 김기식 금감원장도 취임사를 통해 은행권의 예대마진을 놓고 '약탈적'이라는 표현을 쓰며 가산금리 체계에 대한 집중 점검을 예고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경영혁신 대신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는 것에 대해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김 원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지난달 미국 발(發) 금리 인상이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어져 순이자마진(NIM)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은행권의 전망이 어렵게 됐다. 이자이익 증대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가산금리 압박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연초 한국과 미국 모두 금리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자 NIM이 당초 계획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국민은행의 경우 2013년 1.91%에서 2016년 1.5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1.71%로 반등했다. 신한은행도 2013년 1.76%에서 2016년 1.49%로 하락한 뒤 지난해 1.56%로 상승했다.
현재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2.33% 수준으로 2014년 11월(2.36%)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이 같은 예대마진으로 지난해 국내 은행들은 1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편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금리 산정 체계를 또 다시 손질하는 건 지나친 시장 간섭이라고 맞서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는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데 금융당국이 정치적으로 접근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