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메이커는 하나의 차를 이용해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선보인다. 신차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수년 동안 수천억 원의 개발 비용이 든다. 그만큼 다양한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여러 차종을 선보이는 셈이다.
예컨대 3박스 타입의 전형적인 소형 세단을 개발했다면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5도어 또는 3도어 타입의 해치백을 개발할 수 있다.
이미 1975년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인 현대차 포니부터 이랬다. 5도어 패스트백 타입을 먼저 내놓고 이후 3도어와 5도어 왜건(Wagon) 등 가지치기를 추가 했다.
1987년 기아산업이 마쓰다 323을 베이스로 1세대 프라이드를 개발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3도어 해치백이 처음 나왔고 훗날 뒷자리 승하차 편의성을 높인 5도어 모델이 추가됐다. 밑그림이 됐던 마쓰다 323에도 없던 모델이다.
당시 기아산업은 프라이드 인기에 힘입어 트렁크를 덧댄 세단형 모델도 내놨다. 이름도 친근한 ‘프라이드 베타’ 였다. 단종 직전에는 심지어 '프라이드 왜건'까지 등장했다.
차 가격은 그때마다 올랐다. 해치백 타입의 3도어 프라이드보다 트렁크를 덧댄 소형 세단형 프라이드 베타의 값이 80만~100만 원 비쌌다. 당연히 철판이 추가됐고 차가 커진 만큼 가격이 올라간 셈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새 차 출시 이후 수요층이 늘어나면서 가지치기 모델을 부랴부랴 추가하는 게 아니었다. 애초 개발 첫 단계부터 세단과 해치백을 동시에 디자인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같은 모델이라면 트렁크가 달린 세단이 비싸고, 짧은 해치백이 싸다는 정설이 깨졌다.
쉐보레 크루즈는 세단보다 5도어 해치백이 오히려 비쌌다. 단종된 기아차 K3 역시 같은 엔진(직렬 4기통 1.6 GDi)을 얹은 세단은 최고가격이 2105만 원이었던 반면 5도어 해치백인 유로 모델은 이보다 비싼 2200만 원부터 가격대가 형성됐다.
이처럼 트렁크가 잘려 나간 해치백이 차체가 긴 세단보다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충돌상품성 강화 때문이다. 뒷 트렁크가 없는 해치백은 그만큼 후방추돌 때 불리하다. 뒷자리 탑승자의 상해 정도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차체 뒷부분에 값비싼 보강재를 추가하고 후방 추돌을 대비한 갖가지 안전 장비를 겹겹이 덧댄다. 자연스레 차 가격에 이 부분이 포함되고 차 가격은 세단보다 비싸다.
스포티한 분위기가 가득한 해치백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세단보다 차가 작은데 가격이 오히려 비싸다는 이유 때문에 정작 판매는 신통치 않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