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난 경인운하(아라뱃길)를 계속 유지하려는 움직임에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경인운하 중 주운수로(아라천) 구간은 교량 상판, 구조물 등 초중량 화물을 운송하는 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수요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4일 국토부와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에 따르면 아라뱃길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과 함께 시작했다. 2조 6500억 원의 공사비가 들어갔고 지금도 매년 900억 원의 이자 지원, 항만시설 유지관리, 자회사 운영경비 지원 등을 모두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아라뱃길 물동량이 개통 6년차에 3787톤을 처리해 계획 대비 8.7% 수준에 불과한 것은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는 지난해 11월 김현미 장관이 과거 국토교통 행정의 잘못된 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바를 명확히 한다는 목표로 구성한 조직으로, 이번에 1차 개선권고안을 내놨다.
또 운영 방식과 관련해 김포터미널은 해운물류 기능보다는 육상물류(도심유통)기지로 전환하는 등의 방안 검토와 주운수 기능에 대한 고민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토부는 인천터미널은 중장기적으로 활성화 방안에 대해 해양수산부, 인천항만공사, 지자체 등과 협의하고, 김포터미널은 해운물류 기능의 개선 여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될 때 입체적으로 개발해 도심유통물류 지원 기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주운수로 구간은 초중량 화물을 지속 발굴·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운하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월드컵대교처럼 서해안 인근에서 조립한 교량 상판을 운송하는 것은 육상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련은 초중량 화물 운송 사례가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발굴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위해 운하를 유지하는 것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내부의 운하 추진 세력의 의도로 보인다며 이에 대해 신속하고 분명한 판단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련 관계자는 “수자원공사와 국토부 수자원 관료들이 경인운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은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미흡한 부분에 대한 최종 판결을 통해 경인운하 관련 논란이 종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지금까지 아라뱃길 사업 추진을 백지화하고 앞으로 연구용역을 통해 운영방안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