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기사에서 “무역협정에는 일반적으로 수년간의 세부적인 협상이 필요하지만, 트럼프는 수개월 만에 모든 것을 끝내려 하며 이를 위해 관세와 쿼터 등 가혹한 제재로 적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세계무역기구(WTO) 창설에는 8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불과 수개월 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이런 속도전의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트럼프의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기업가로서 자신의 협상 능력에 자부심을 느끼는 트럼프는 정치에서도 기업 운영과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불도저처럼 상대방을 밀어붙여 최대한 빨리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내려 하는 것.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트럼프는 지난해 1년 내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칭하고, ‘화염과 분노’ 발언을 하는 등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했다. 그러다가 올해 해빙 무드로 접어들면서는 지난달 김정은과의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는 등 180도로 태도를 전환했는데,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에도 트럼프는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김정은과 만나려 안달했다.
한편 트럼프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연설에서 느닷없이 “한미 FTA 개정을 북한 핵협상 타결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혀 백악관 관리들마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한미 FTA와 북미 협상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5월 회담에서 반드시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려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을 승인하자마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경질하고 강경파 인사들을 후임으로 앉힌 배경에도 속도에 대한 집착이 있다. 한층 강한 압박 전술로 5월 회담에서 사실상 북한 문제를 끝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이런 불도저식 행보의 배경에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다. 선거에 앞서 최대한 많은 성과를 보여 공화당의 승리를 이끌고,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승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는 ‘소탐대실(小貪大失)’할 수 있다. 무역협정과 북한 문제 등이 1~2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가. 절대 아니라는 것은 트럼프도 잘 알 것이다. 끈기 있게 시간을 들여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단 한 번에 해결하려다가 엉킨 실타래가 더욱 꼬일 수 있다.
트럼프는 당장 있을 중간선거를 의식하기보다는 잠시 숨을 돌리고 한 번쯤은 더 먼 미래를 차분히 바라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