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년 이내 글로벌 화두는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요법과 유전자치료제 분야다. 키트루다, 옵디보가 향후 모든 항암치료에서 기본적인 치료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최근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투자가 시작됐는데, 한국은 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그룹이다. 국내업체로는 신라젠, 바이로메드, 티슈진, 오스코텍, 메드팩토, 제넥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이 말하는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다. 구 연구원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제6회 이투데이 프리미엄 투자세미나에서 '글로벌 신약개발 트렌드와 주목해야 할 업체‘를 주제로 발표했다.
키트루다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흑색종을 완치하면서 각광받게 된 면역항암제다. 기존 암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패러다임과 달리 체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암세포를 직접 타깃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응증을 다양하게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3년동안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는 흑색종, 폐암, 두경부암, 신장암, 방광암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 허가받으면서 사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BMS, 머크, 로슈,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가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구 연구원은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2022년 추정 매출액이 각각 약 11조원, 10조원으로 상향조정됐다. 이제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은 이들과의 병용요법에 있다. 키트루다, 옵디보 단독요법 보다 다른 치료제와 병용치료시 획기적으로 약효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관문억제제의 확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머크는 다양한 외부 협력사와 함께 공동개발을 하며 진행하고 있는 키트루다 병용 임상시험만 300건 이상이다. 병용요법으로 키트루다 적응증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사이트(Incyte)의 IDO 저해제 ‘에파카도스타트(epacadostat)'가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의 대표적인 예다. IDO(Indoleamine 2,3-dioxygenase)는 암세포가 뿜어내는 효소로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세포를 억제해 암세포가 면역회피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IDO를 막아 면역관문억제제와 다른 기전으로 면역체계를 조절함으로써 병용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는 “에파카도스타트, 파이프라인 하나만 10조원 가치다. IDO 저해제와 키트루다 병용시 반응률(ORR)이 33%로 증가했다. 병용임상을 진행한 후 인사이트의 시총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제넥신과 신라젠에 주목했다. 그는 “제넥신은 머크와 병용요법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제넥신의 'GX-188'은 단독으로는 자궁경부암 초기상태인 자궁경부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는데, 키트루다와 병용으로 중기, 말기 환자까지 대상을 높여 자궁경부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신라젠도 리제네론과 병용치료를 개발하고 있다. 2분기에 임상개시 소식이 나올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글로벌 트렌드로 유전자치료제를 꼽았다. 구 연구원은 “지난해 말 미국에서 최초로 단일 유전자질환에 대한 유전자치료제가 탄생했다. 미국 스파크 테라퓨틱스(Spark Therapeutics)가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한 ‘럭스터나(Luxturna)'다. 희귀 질환이라 약가가 8억5천만~9억원 정도로 고가에 형성됐다. 그러나 선천적 실명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주사 한방으로 시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치료제다”며 “2016년에는 RNA 치료제 ’스핀라자(Spinraza)'가 허가를 받았다. 척수성 근위축증을 치료하는 이 약은 2017년 4분기 매출 4천억원을 달성하며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다”고 강조했다.
유전자치료제는 DNA와 같은 유전물질 발현에 영향을 주기 위해 투여하는 유전물질 또는 유전물질이 변형되거나 도입된 세포를 함유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DNA를 직접 주입하는 in vivo 방식과 세포를 이용한 ex vivo 방식이 있다. 유전자치료제는 기존 화학의약품, 항체의약품으로 치료 할 수 없었던 질환 영역에서 근원적인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다. 스파크 테라퓨틱스도 혈우병 환자에게 부족한 팩터8 유전자를 넣어줌으로써 치료할 수 있도록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구 연구원은 “최근에는 유전자치료제의 기술적 진보를 이뤄 2015년부터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기 시작했다. 다만 리스크가 커서 빅파마 보다는 바이오벤처에서 주로 개발하고 있다. 작년 뜨거웠던 CAR-T 치료제 개발도 바이오회사 주노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와 카이트파마(Kite Pharma)가 선두주자였다. 두 회사는 불과 6개월 사이에 셀진과 길리어드에 각각 9조원, 12조원의 놀라운 금액에 인수합병(M&A) 됐다. 급진적인 신기술은 바이오벤처가 희망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회사의 투자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특히 그는 한국은 유전자치료제 임상개발에서 글로벌 탑티어(top-tier)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는 한국이 글로벌 탑이다. 그 다음 한국의 탑 분야는 유전자치료제로 생각된다. 바이로메드, 티슈진, 신라젠이 유전자치료제 임상3상 단계로 한국이 선두그룹이다”고 강조했다.
◇ 주목할 국내업체, “신라젠, 바이로메드, 티슈진, 오스코텍, 메드팩토, 제넥신”
눈여겨 봐야할 국내 신약개발 업체로 구 연구원은 신라젠, 바이로메드, 티슈진, 오스코텍, 메드팩토, 제넥신을 꼽았다. 모두 면역항암제와 병용요법을 진행중이거나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신라젠의 '펙사벡'은 우드바이러스에 유전자를 조작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하는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다. 그는 “향후 펙사벡의 글로벌 매출은 3조원로 추정된다. 면역항암제와 병용시 시너지 효과에 따른 기대감 때문이다. 펙사벡과 비슷한 항암바이러스 ‘임리직’은 키트루다와 병용시 반응률이 60%, 완전관해율(CR) 33%에 이르렀다. 펙사벡의 기존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치료 결과는 향후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면서 “올해 연말 임상1상 진입할 계획인 'JX-970'의 신규 파이프라인도 있다. 펙사벡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바이로메드의 대표 파이프라인 ‘VM-202’는 간세포 성장인자(HGF) 유전자를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in vivo 방식의 유전자 치료제다. 신생우회혈관 생성을 유도하고 손상된 미세혈관 및 신경섬유세포의 재생을 일으켜 당뇨병성 신경병증,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 다양한 적응증에서 개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3가지 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기 때문에 최대 글로벌 6조원 매출도 가능하다. 특히, VM-202가 개발 중인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즉 루게릭병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더욱 기대되는 분야다. 현재 미국 임상3상은 76% 환자모집을 달성한 상황으로, 결과가 도출되는 내년 2분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티슈진의 ‘인보사’는 체외에서 유전자 변형을 한 연골세포를 주입하는 ex-vivo 방식의 유전자치료제다. 강 연구원은 “인보사는 한국임상을 성공해 시판되고 있다. 3월에 200건이 처방되면서 초기 시장반응이 긍정적이다. 올해 5000건 처방을 목표로 코오롱생명과학 기준 200~250억원 매출을 기대한다. 당장은 2분기에 나올 실제 환자 반응이 관건”이라면서 “앞으로 미국 임상으로 연골재생을 입증하는 것도 눈여겨 봐야한다. 근원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디모드로 자격이 부여되면 미국에서 약가를 높게 책정 받을 수 있다. 이 부분을 시도 중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구 연구원은 “오는 6월에 열리는 미국임상암학회(ASCO)에서 임상결과를 발표할 오스코텍과 메드펙토도 주목해야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하이루킨’을 개발한 제넥신도 hyFc 기술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