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 상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을 벌이는 일부 국가에 대해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EU 등 일부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예 대상에는 앞서 면제가 결정된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한국과 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상대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우리가 협상 중인 나라들에 이것이 어떻게 작용할지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한 나라들에 대해 관세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 국가에는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이날 EU 지도자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관세 대응 방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보호주의 무역에 대해 논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의 바람은 국제 무역의 규칙을 계속 지키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EU 면제 조항에 대해 명확성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세 예외 대상은 23일 자정 이후에 발효될 철강·알루미늄 관세 계획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EU에 대한 예외 조치는 이번 주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뒤에 나온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양국의 긴장이 완화된 것 같다고 전했다. 21일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은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서로 용납할 수 있는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새로운 논의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 대신 무역 회담을 선택할 것”이라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FT는 다만 EU도 미국의 유예 결정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은 이날 EU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EU와 미국의 고위급 관료들이 무역 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철강 수입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광범위한 면제가 이뤄져 관세가 실제로 미국의 철강 산업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러시아와 터키, 일본 등 관세가 적용될 국가들이 강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