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페이스북’에 국내 첫 제재…5G 앞두고 통신사와 ‘망 이용료’ 협상 촉매제 역할 기대

입력 2018-03-22 10:32 수정 2018-03-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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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업체를 대상으로 ‘갑질’ 논란을 일으킨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업체 페이스북(페북)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과징금 제재를 내리면서 글로벌 인터넷 공룡들이 공짜로 인터넷망을 사용해오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페북 이외에 구글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최근 트래픽 급증으로 통신사들에 부담을 안겨주는 사업자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서비스별 맞춤형 품질을 제공하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망 중립성 완화’ 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해외 인터넷 기업의 통신망 사용료 현실화를 위한 국내 통신사들과의 논의에도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22일 방통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페북은 2016년말부터 지난해 9월까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들 기업의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줬다. 별도로 통신망 계약을 맺지 않은 두 통신업체에 페북 접속 전용 인터넷망을 확충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통신사 가입자들의 접속경로를 사전 고지 없이 홍콩 소재 서버로 바꿔 페이스북 접속이 느려지거나 끊기는 등 이용자 불편을 초래한 것이다.

방통위는 이러한 페북의 행위를 전기통신사업법상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 21일 전체회의에서 법 52조 제1항 등에 따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부과했다. 페북의 매출 대비 과징금 규모가 적어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나오고 있지만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글로벌 인터넷 공룡의 ‘갑질’에 대한 첫 제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신업계에선 방통위가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의 ‘인터넷 망 무임승차’에 대해 제재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진행될 국내 통신사와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 간 망 이용료 협상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간 망 사용료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내 통신업체들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 셈”이라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협상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동영상 콘텐츠로 엄청난 트래픽을 일으키고 있는 구글(유튜브)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구글은 현재 통신 3사와 망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네이버 등과 같은 국내 인터넷 기업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거부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제재를 계기로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는 망 이용료와 처리 속도 등에 차이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특히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5G 시대를 맞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에 망 이용 대가 부과 등 합리적 투자 분담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5G 융합시대, 새로운 망 중립성 정책방향’ 토론회에서도 5G 시대에 성장 속도를 맞추기 위해선 망 중립성 원칙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5G 투자 유인을 높이고 이용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망 중립성에 대한 유연한 적용과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용완 5G포럼 융합서비스위원장(영남대 교수)도 “지금의 망 중립성 보호 규제로 기술과 시장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 5G 융합 신산업 창출의 기회를 놓칠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통위는 26일 인터넷 상생발전협의회 제2 소위 1차 회의를 열어 5G 서비스에 대응한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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