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차는 ‘나노(Nano)’로 훼손됐던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젊은 소비층을 겨냥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부활을 노리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 2008년 인도 뉴델리 오토 엑스포에서 참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냈던 것은 세계에서 가장 싼 자동차라는 명성을 얻은 타타차의 나노였다. 당시 나노 판매가는 10만 루피(약 164만 원)에 불과했다. 나노는 인도 중산층 모두가 구매할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라탄 타타 타타그룹 회장의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나노가 선을 보이고 나서 10년간 타타는 핵심시장인 인도에서 끝없이 쇠퇴하기만 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인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면서 타타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에 타타는 인도 승용차 사업을 일시적으로 접고 트럭 등 상용차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나마 자회사인 영국 재규어랜드로버가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런 타타차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타타차 인도 승용차 사업부는 지난 1분기에 20억 루피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의 100억 루피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타타의 인도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6.2%로, 마루티스즈키, 현대차와 마힌드라&마힌드라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점유율은 2012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나 2년 전 4.6%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적인 반전을 기록한 것이다.
타타는 또 지난 2월 열린 뉴델리 오토 엑스포에서 10년 만에 나노와 전혀 다른 이미지를 들고 나왔다. 두 대의 레이싱카와 밝은 오렌지색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공개하면서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타타차의 귄터 뷔트셰크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랜 기간 신모델 출시가 매우 적었다. 시장수요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충분히 신속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우리의 새 자동차는 브랜드 구축이라는 점에서 훌륭한 성과를 냈다. 갑자기 타타차가 젊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일 출신으로 에어버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한 뷔트셰크는 지난 2016년 2월 실적 부진과 경영진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 빠진 타타차에 합류했다. 당시 타타차는 그의 전임자인 칼 슬림이 2014년 1월 태국 방콕 호텔에서 실족사한 이후 CEO가 무려 2년간 부재한 상태였다. 당시 타타차 모회사인 타타선즈 회장이었던 사이러스 미스트리가 임시로 타타차 CEO를 맡았다. 뷔트셰크는 “2년간 CEO도 없이 회사를 운영했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이는 우리가 공격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의사결정에도 오랜 시간이 걸려 경쟁사에 자리를 내줬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미스트리는 2016년 10월 전격적으로 타타선즈 회장에서 해임됐다. 그는 타타차 신임 CEO 임명을 미룬 것에 대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미스트리는 경영진 사이에서 내분이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타타차의 상징이었던 나노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스트리에 따르면 타타차 이사회도 나노를 버리려고 했으나 이 자동차가 라탄 타타의 자선적인 프로젝트라는 감정적 요인으로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또 미스트리는 “라탄 타타가 투자한 인도 스타트업 자엠자동차(Jayem Automotive)의 전기차에 나노를 차체로 쓰려던 계획도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타타차는 지난해 11월 자엠과의 파트너십을 인정했으나 어떤 이해관계 상충도 없다고 반박했다. 새 전기차는 자엠 브랜드를 달고 출시되며 나노 브랜드 자체의 운명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FT는 덧붙였다.
제프리스의 아르야 센 애널리스트는 “나노의 마케팅 실패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된다”며 “인도에서 자동차는 럭셔리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타타차는 오히려 싸구려 자동차 업체라는 이미지를 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닐 샤르마 IHS오토모티브 애널리스트는 “타타차의 새 경영진은 나노를 아예 단종시키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전략적 사고방식을 개선했으며 비용 절감과 신차에 대한 현명한 마케팅 등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