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하이트진로는 오는 23일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주총 안건으로는 현재 양사에서 경영기획·관리를 맡고 있는 박태영 부사장의 등기이사 선임 건이 올라와 있다.
박 부사장은 하이트진로그룹 창업주 고(故) 박경복 회장의 손자이자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다.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졸업 후 컨설팅업체 엔플렛폼에서 일한 박 부사장은 2012년 4월 하이트진로 경영관리실장(상무)을 맡아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8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해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아왔고, 3년만인 2015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앞서 2014년 박문덕 회장은 돌연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해 박 부사장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졌다.
박 부사장은 승진 후 수년째 부진에 빠진 맥주 사업의 회생 카드로 발포주를 선택했다. 지난해 4월 355㎖ 기준 ‘1만 원에 12캔’이라는 가성비를 앞세워 ‘필라이트’를 출시했고, 수입 맥주 공세와 국내 맥주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6개월 만에 1억 캔 돌파에 성공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박 부사장은 필라이트를 대표 주류로서 브랜드 가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 부사장의 이번 등기이사 선임 역시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다만 박 부사장의 앞날에 꽃길만 펼쳐져 있지는 않다. 최근 공정위로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이유로 100억 원대 과징금 철퇴를 맞은데다 박 부사장과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 경영진 3명과 법인이 검찰에 고발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계열사는 서영이앤티로 그룹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66%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박 부사장(58.4%)이 대주주로 박문덕 회장(14.7%), 박재홍 하이트진로 상무(차남, 21.6%),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박문덕 회장 형, 5.2%) 등 총수 일가 지분이 99.9%에 달한다. 공정위는 2007년 12월 박 부사장이 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10년여간 각종 통행세와 우회 지원으로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줬으며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통해 하이트진로 경영권 승계 토대를 다진 것으로 밝혔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박 부사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등기이사 선임은 최근의 문제들과는 별개로 책임 경영을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사업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