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7일 취임 후 처음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안보 시각차’를 보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홍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사실상 북핵 문제를 그 사이에 처리해 오면서 한 30년 동안 북한에 참 많이 속았다”며 “그래서 이번에도 평화를 내세워 남북회담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북핵 완성에 시간을 벌어주는 그런 남북 정상회담이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어 “이제 북핵이 완성 단계에 와있기 때문에 정말로 대한민국 국민한테는 지울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있다”며 “그래서 대통령께서 과거에 북한에 속았던 전철은 이번에는 밟지 마시길 부탁드리려고 오늘 왔다”고 말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차담회에서는 홍 대표를 포함한 참석자 모두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지만, 비공개 회동에서는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회동 직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결과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과 홍 대표 간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 합의 비판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해임 등을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특보를 들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홍 대표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핵동결과 탄도미사일 개발 잠정 중단으로 합의를 하면 결코 안 된다”며 “‘핵 폐기’가 아니면 대한민국에 큰 재앙이 발생할 수 있고 핵 폐기 전제 없이는 남북 정상회담은 무용(無用)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의 “당연히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라며 “핵 확산 방지나 핵 동결로는 만족할 수 없다지만, 핵 폐기는 최종 목표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있어서 핵 폐기 전까지의 로드맵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홍 대표 사이에 신경전도 있었다. 홍 대표는 “북한과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대화를 반복하는 동안 북한 핵이 완성이 완성단계라고 한다”며 “미국 CIA 보고서는 북핵이 3개월에서 1년 안에 완성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의 시간끌기용 회담으로 판명난다면 국민과 대한민국은 정말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대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러면 홍 대표께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역으로 질문했고, 홍 대표는 “모든 정보와 군사상황과 국제상황을 총망라하는 대통령께서 그것을 나에게 물으시면 어찌하느냐”고 답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다고 장 대변인은 얘기했다.
국회 개헌논의는 이날 회동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장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개헌문제를 꺼내자 홍 대표는 ‘주제에 벗어난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해서 회담이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퇴장하는 홍 대표를 향해 “이런 자리 만들면 또 오실 것이냐”고 묻자 홍 대표는 웃으면서 “한 번 보고, 올지 (안 올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장 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