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통상압박과 환율 급변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에 실적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뒀던 LG그룹도 오너가 직접 나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자고 주문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6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연초부터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내외 사업 여건이 크게 악화하고 있어 계열사들의 1분기 실적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LG 계열사들의 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구 부회장이 최고경영진에 계열사 실적 악화를 예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최근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 등 무역규제 강화 움직임이 계열사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미국 현지 유통업체들과 세탁기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 여부를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22일 LG와 삼성 등 수입산 세탁기 120만 대 이하에 대해선 첫해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선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연초 분위기는 좋지 않다. 증권가에선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영업이익이 애초 시장 기대치인 1000억 원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 2조 원대를 돌파했던 분위기와 비교하면 급속도로 얼어붙은 셈이다. 이는 원화 강세와 LCD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 역시 카메라 모듈 주요 공급처인 애플의 신제품 부진에 따른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 스마트폰과 전장 사업은 올해 1분기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두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와 VC사업본부는 각각 11분기, 8분기 연속 적자다. 특히 VC사업본부 임원진은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재계약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구 부회장은 “부진한 사업은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맞춰 사업 방식을 철저하게 바꾸고 신속한 전략적 변화와 궤도 수정을 통해 사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