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한 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올림픽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할 기업의 총수나 CEO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의 과감한 마케팅도 실종됐다. 경기장에서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더 자주 보인다.
재계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낸 돈은 1조 원이 넘는다. 돈만 쓰고, 효과는 하나도 얻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평창 동계올림픽 무선 통신 및 컴퓨팅 분야 공식 파트너 삼성전자는 9일 ‘올림픽 쇼케이스’라는 홍보관을 강릉·평창 등에 개장하면서 개관식 행사를 따로 갖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때부터 개최지에서 자사 홍보관을 열며 대대적인 개관식을 진행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조용히 넘어간 것이다.
기업들이 자국 올림픽을 최대의 마케팅 기회로 활용해왔던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개관식 행사를 크게 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외국 기업들이 평창올림픽에서 더 주목받는 분위기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10일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마윈 회장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알리바바 홍보관 개관식을 열었다. 미국 인텔은 올림픽 개막식 때 1218대의 드론이 연출한 ‘오륜기 퍼포먼스’로 전 세계인의 감탄을 자아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들을 대하는 최근 분위기를 볼 때, 43조 원에 달하는 간접적 경제 효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평창올림픽 개최에 앞장섰던 재계가 정작 올림픽에서 소외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