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이 두 번의 위기를 넘고 실적 호황기 시절 영광 재현에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삼성전기는 31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55% 증가한 306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3.4% 늘어난 6조8384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012년 5805억 원 △2013년 4640억 원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연간 실적이다. 주력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수요 증가와 듀얼카메라 모듈 공급 확대 등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MLCC는 외부에서 공급된 전기를 머금고 있다가 필요한 곳에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MLCC는 스마트폰에 800~1200여 개, 전기차에는 1만5000여 개 정도가 들어가는데 최근 스마트폰의 고기능화로 대당 채용량이 증가하고 있고, 차량 전장화로 수요처가 다변화 되면서 수요가 급증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MLCC는 4개사가 전체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데, 한국 업체 중 유일하게 삼성전기만이 MLCC를 공급하고 있어 실적 상승 영향에 큰 기여를 했다.
듀얼카메라 시장 확대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노트8에 처음으로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다. 2016년부터는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해 듀얼 카메라 모듈을 대거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실적 훈풍에는 이 사장의 선견과 과감한 결단이 영향을 미쳤다. 2014년 12월 삼성전기에 선임된 이 사장이 처음 삼성전자를 이끌때에 회사는 갤럭시S5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2013년 4640억 원에서 2014년 649억 원으로 전년대비 급감한 상황이었다.
당시 삼성전기는 2013년 별도 매출 기준 6조1194억 원 가운데 77.8%에 해당하는 4조7561억 원을 계열사를 통해 벌여들었다. 이중 최대 고객사는 1조2036억 원의 일감을 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 실적 하락시 삼성전기도 연쇄 부진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또한 2016년에는 사상 초유의 갤럭시노트7의 단종사태로 부품 공급이 급감하면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위기 상황에서 이 사장은 강도 높은 사업구조조정과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그는 취임 후 첫해인 2015년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사업을 중단하고 전원모듈과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은 독립법인인 솔루엠으로 분사했다. 또 실적 부진의 주요인으로 꼽힌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고자 글로벌 등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밖에도 같은해 5월 실적 훈풍에 1등 공신이 된 MLCC 생산력 증대를 위해 필리핀 현지법인의 공장증설에 2880억 원 투자를 결정했고, 2016년에는 중국 톈진 생산 공장에 증설 투자를 진행해 2017년부터 생산하고 있다.
그의 노력은 지난해 실적부터 성과로 드러났다. 하반기 삼성전자의 IM(IT·모바일) 사업부문 부진에도 전 세계 고객사들의 수요 영향으로 실적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4분기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기는 영업이익이 10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7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부문별 매출은 △모듈솔루션 5808억 원 △컴포넌트 솔루션 6967억 원 △기판 솔루션 4345억 원이다.
올해도 삼성전기의 실적 전망은 밝다. 모듈솔루션사업부는 듀얼카메라 공급 물량 증가로 외형성장이 예상되고, 컴포넌트솔루션 사업부는 MLCC 업황 호조로 인한 고수익성 시현이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경연성 인쇄회로기판(RF-PCB)의 공급 본격화로 흑자전환한 기판솔루션 사업부도 올해부터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원달러 가격 하락과 원재료 가격 상승은 우려되지만 MLCC 공급부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이러한 시장 요건은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며 “올 1분기는 전략거래선의 신모델 출시와 MLCC 시장이 견고해 전분기 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