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_여성친화기업 (28)한국존슨앤드존슨] 8주 유급 육아휴직…반년 만에 男직원도 절반 이용

육아기근로단축ㆍ유연·재택 혼합근무제 등 기업이념 따른 파격 복지제도 시행

▲한국존슨앤드존슨 직원들이 9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모든 직원은 집단이 아닌 반드시 개개인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 우리는 직원들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장점을 높이 평가한다. 직원에 대한 대우는 반드시 공정하고 적정하게 처리돼야 하고, 근무 환경은 깨끗하고 질서 있고 안전하게 유지돼야 한다.’

　어느 회사 노동조합의 선언문처럼 보이는 이 문구는 한국 존슨앤드존슨의 기업 이념인 ‘크레도(Our Credo·우리의 신조)’의 한 구절이다.

　한국존슨앤드존슨은 이 같은 기업 이념에 걸맞게 파격적인 사내 양성평등 및 복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남성 육아휴직제도’로 잘 알려진 ‘글로벌 육아휴직제도(Global Parental Leave)’다. 남녀 상관없이 8주 동안 기본급의 100%를 보장받으며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난해 8월 도입 이후 반 년 만에 출산을 경험한 남성 직원의 절반 이상이 이용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육아휴직제도 외에도 회사는 크레도(Credo)를 바탕으로 직원이 건강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자녀를 양육하는 직원이 휴직 없이도 근무를 지속하게 함으로써 여성 직원들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고 고용 연속성을 보장한다. 기존 주 40시간에서 주 16~30시간 이내로 근로시간을 단축해주며 최대 1년간 사용할 수 있다. 이용 기간 동안에는 근무시간에 비례해 급여가 지급된다.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들의 업무 숙련도 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신입직원을 뽑고 재교육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이득이 되는 제도다.

　유연근무 제도는 직원들이 8~17시, 9~18시, 10~19시 등 세 가지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직원들의 육아, 가사분담, 자기계발에 도움을 주고 업무 분야의 전문성에 기반해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이래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한국존슨앤드존슨 계열사인 메디칼은 유연근무 제도를 확장해 재택 근무와 접목한 유연·재택 혼합 근무제를 올해 상반기부터 도입하기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업무능력 개발을 위해서는 1년간 무급휴직을 제공하는 자기계발 무급휴직 제도도 있다. 최유나 부장은 “회사가 조직원에게 변화에 적응하도록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유도한다”며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도 함께 성장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일련의 사내 제도들이 제대로 집행 및 활용되고 있는 것은 사내 소통 문화가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직급 대신 간편한 영어 이름이나 ‘님’으로 호칭할 뿐더러 직급이 낮은 직원도 특별한 절차 없이 경영진 방에 들어가 이야기를 건네는 등 소통을 방해하는 장벽이 굉장히 낮다.

　소통 도구로는 노사협의회 역할을 하는 ‘크레도 스티어링 커미티(Credo Steering Committee)’가 주기적으로 열린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본인의 생각을 소리함을 통해서, 혹은 상사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상시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아이디어스 빅앤스몰(Ideas Big and Small)을 운영함으로써 직원들이 언제든 좋은 아이디어를 모바일이나 웹으로 올리고 전 직원과 임원들에게 실시간 피드백으로 공유되고 ‘좋아요’를 받을 수 있다. 이 플랫폼은 진지한 문제 제기를 비롯해서 가벼운 ‘번개’ 제안이나 근무 환경 개선 제안을 간편하게 던질 수 있는 중요한 소통 창구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현재 한국 존슨앤드존슨은 산하 4개 계열사를 운영 중이다. 잘 정립된 양성평등 제도 덕분에 4개 계열사는 여성 직원은 전체 직원의 43%, 경영진 중 여성 임원 비율은 51%로 남성 임원을 초과한다.전효점 기자 gradua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