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위미노믹스’를 강조하고 있다. 위미노믹스는 여성(Woman)과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로 여성이 경제를 주도해 나가는 현상을 뜻한다. 그러나 위미노믹스 정책 이전에 일본 사회에 뿌리박힌 성 고정관념 타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11일(현지시간) 포브스가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에서 제3의 화살로 구조개혁을 지목했고, 그 중에서도 위미노믹스를 핵심으로 꼽았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경제를 발목 잡고 있다고 여긴다. 경제 활동 인구가 감소해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심각성을 인지한 아베 총리는 2015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경제활동 참여율로만 보면 아베의 위미노믹스는 일부분 성공했다. 지난 4년 동안 15~64세 일본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매년 1%포인트씩 증가했다. 그러나 일본의 성 격차 지수는 여전히 낮다. 성 격차 지수가 높을수록 양성평등을 이뤘다는 의미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실시하는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일본은 2016년에 111위를 차지했고, 작년에는 3계단 더 밀려 114위에 그쳤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선진 7개국) 국가 중에서 꼴찌다.
‘도쿄의 악’이라는 저서의 저자인 제이크 아델스타인은 “위미노믹스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성 고정관념을 없애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어린이들의 희망하는 직업만 봐도 일본에서 성 고정관념이 얼마나 어릴 때부터 형성되는지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이이치생명보험이 작년에 유치원생부터 일본 초등학생 6학년까지 어린이 1100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가 이달 초 발표됐다. 조사 결과 남자 어린이와 여자 어린이가 선호하는 직업 차이는 뚜렷했다. 남자 어린이의 희망 직업 1위는 학자였고, 그 뒤를 야구선수 축구선수 경찰관 의사가 차지했다. 학자가 남자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1위가 된 것은 2003년 이후 15년 만이다. 2014~2016년 일본에서 3년 연속 노벨 물리학상,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탄생하면서 장래희망으로 학자를 원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고 다이이치생명보험은 분석했다. 이제 6학년이 되는 한 소년은 “나는 과학자가 돼 암을 완전히 치유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노벨상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자 어린이들이 희망하는 직업 1위는 음식점 주인이었다. 음식점 주인은 21년 연속 일본 여자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직업 1위로 선정됐다. 2위부터는 간호사와 유치원 교사, 의사 등이 차지했다
요리사, 제빵사를 포괄해 식당 주인은 일본에서 선망받는 직업이다. 문제는 여자 어린이들만 유독 그 직업을 선망한다는 점이다. 일본 소피아대학교의 나카노 고이치 정치학 교수는 일본 여자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암울한 미래를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왜 여자아이들이 자신의 커리어에 욕심을 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하며 “일본 사회가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야심이 필요한 직업은 소년을 위한 전유물로, 남을 돌보거나 귀여운 이미지의 직업은 소녀를 위한 것이라는 편견이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 같은 현상은 매우 암울한 것이며 일본 경제를 쇠퇴하게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아이들의 장래희망에서 고정관념이 감소하려는 기미가 보인다고 아델스타인은 진단했다.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 여자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그 근거다. 의사는 1993년까지 의사는 여자 어린이들이 희망하는 직업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올해 의사는 여자아이들의 장래 희망에서 6.6%를 차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2015년 미국에서 의사는 여자 어린이들이 희망하는 직업 1위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