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밀양지역 765kV 고압 송전탑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나눠준 보상금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가운데 한전의 지원금 집행 내역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근 창원지검 밀양지청은 한전이 전통사찰인 표충사에 지급한 특별지원사업비 2억8000만 원을 유용한 혐의로 신도회장인 A씨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송전탑이 지나는 곳과 떨어진 표충사에 한전 특별지원사업비가 지원된 경위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밀양지역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12일 “(주민들 사이에서) 합의와 관련해 무수히 많은 말들이 떠돌았는데 그 일부가 드러난 것”이라며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밀양지역 주민들은 2005년 말부터 송전탑 반대 투쟁을 벌였으며 150여 가구는 한전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국책사업인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한전이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 3ㆍ4호기에서 경남 창년군 북경남발전소까지 90.5㎞ 구간에 송전탑 161개와 송전선로 등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2008년 8월 착공, 2014년 완공됐다.
한전이 밀양 송전탑과 관련해 보상비 명목으로 300억 원가량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실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세부 자료에 따르면 30개 마을에 지역지원사업비 185억 원, 5개 면에 농수산물 공동판매시설 등 신축 지원금 70억 원과 마을행사비 등 공식적으로 확인된 금액은 256억4000만 원 등이다.
특히, 홍익표 의원실의 밀양특별대책본부 자료에서 한전의 ‘특수보상내규’에 의한 밀양 지역 공익성 기관ㆍ단체에 지급한 지원금 내역에 이번에 문제가 된 밀양 표충사 지원건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한전의 보상금 유용 사례와 보상금이 제대로 지급됐는지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이계삼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한전은 특수사업보상예규에 따라 경영상 판단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원 경위가 석연치 않다”며 “한전은 처음 지역 보상금이 300억 원에서 400억 원 사이라고 했다가 300억 원으로 말을 바꿨으나 수십억 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고압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제2 밀양 송전탑 사태’가 재연될 우려도 나오고 있어, 한전이 각종 의혹에 대한 정확한 지원 내역과 자료를 공개하고, 실제 이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사후 관리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표충사 지원금 2억8000만 원이 자료에 빠져 있는 이유에 대해 한전 남부건설처는 “256억 원은 마을과 관련된 지원금이며, 표충사와 같은 종교단체는 의원실에서 따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않아 빠진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