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외교라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양화’다. 기존 외교부 주류를 구성하던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 외교 전문가 대신 다자외교 전문가를 대거 전면에 배치했다. 또 ‘서울대·외무고시’ 출신 외교관 일변도에서 벗어나 각계각층의 인재를 등용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다. 강 장관은 외무고시를 거치지 않은 비(非)서울대 출신(연세대 정외과), 최초의 여성 장관이다. 강 장관은 2006년 국제연합(UN) 인권 고등판무관실 부고등판부관에 임명돼 ‘다자외교’ 분야에서 활동했다. 앞서 외교부에서 근무할 때는 4강 외교가 아닌 국제기구 업무를 주로 맡는 등 소위 말하는 ‘주류’로 분류되지 않았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다자 외교 전문가다. 정 실장 역시 기존 4강 외교 전문가가 아닌, 통상전문가 출신이다. 이전 정부에서 국가안보실장은 군 장성 출신이 맡았던 것과는 달리, 문재인 정부는 통상전문가인 정 실장을 국가안보실장으로 기용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 실장은 참여정부 당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 참여한 바 있다. 또 외무고시(5회) 출신으로 국제노동기구 의장과 주 제네바 대사 등을 역임했다. 또 2004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정계와 외교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외교라인은 대미(對美) 자주 외교노선을 우선해 온 ‘자주파’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대표적인 자주파다. 남 차장은 참여정부 초기에 외교통상부 조약국 소속 심의관이었다.
대북(對北) 외교노선도 ‘매파’가 아닌 ‘비둘기파’로 구성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복원의 적임자’라고 불릴 만큼 대북외교에 능하다. 참여정부에서는 햇볕정책을 주도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당시 논란이 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은 국방부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를 비롯해 대북 실무회담에 참여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한계에 따라 다자외교·자주파 중심의 외교라인에 우려가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에는 기존 4강 외교의 중요성이 중요하고, 대미 외교가 최우선 되는 현실이 겹치면서 지난해 북핵 위기 때 정치권에서는 ‘외교라인 교체설’까지 흘러나왔다.
또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동맹파’와 자주파가 공개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9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간 공개 설전은 그 대표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