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볼트EV’ 국내 공급 물량 확대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한국지엠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인하키로 결정했고, 상반기부터 경쟁차 출시가 예고되면서 볼트EV가 이겨내야할 숙제가 산적해진 탓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올해 볼트EV의 국내 공급 물량을 지난해 판매분 대비 10배~15배 가량 늘리기했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은 올해 국내에 볼트EV를 약 6000대 이상 들여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볼트EV는 총 563대 판매됐다.
383km의 긴 항속거리(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보유한 볼트EV는 지난해 3월 국내에 출시되자 마자 2000여 명의 사전계약 고객이 몰리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사전계약 고객 수 만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563대 인도하는 데 그쳤다.
볼트EV는 지난해 국내에 출시한 전기차 가운데 가장 긴 항속거리를 자랑하며 경제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EV의 경우 항속거리가 192km로 볼트EV에 비해 191km 짧다. 업계에서는 물량 확보가 원활하게 이뤄졌다면 우수한 항속거리를 앞세운 볼트EV가 전기차 시장을 선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볼트EV가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가야할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코나’와 ‘니로’의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면서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두 차량의 목표 항속거리를 볼트EV와 맞먹는 수준인 380km로 설정하고 개발 중이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인하 결정도 업계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연기관차량에 비해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전기차는 보조금이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기존 14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인하키로 결정했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환경성 기준으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항속거리가 383km인 볼트가 12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나와 니로도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여 품질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볼트EV 출시는 지난해 였지만 판매 원년은 올해가 될 것”이라며 “연초부터 판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경쟁차가 출시돼도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