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두고 일부에서 제기한 이른바 ‘홀대론’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나 외국 사례에 비추어 홀대를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실질적 외교성과를 거둔 것 같은데 자꾸 ‘홀대론’을 제기하니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먹으면 ‘쌀국수 외교’이고 문 대통령이 중국의 서민 식당에서 식사하면 ‘혼밥’이란 말인가? 습근평 주석이 북경을 비우고 남경대학살 80주년 행사를 치르러 갔다는 이유로 문 대통령에 대한 의전이 소홀했다고도 하는데 과연 그럴까?
의전은 ‘儀典’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거동 의’, ‘법 전’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거동하는 법’이다. 국어사전은 儀典을 ‘의식(儀式)’과 완전히 같은 말로 보고 儀式에 대해 “어떤 행사를 치르는 법식”이라고 풀이하는 것으로 儀典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의식과 의전의 의미를 적잖이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의식은 본래의 ‘행사를 치르는 법식’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여 3·1절 기념식, 광복절 기념식 등을 다 국가적인 의식으로 치르고 있는 데에 대해 의전은 의식의 전 과정 중에서 특별히 주요 인사에 대한 예우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의전의 소홀 여부는 행사의 과정, 즉 의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빈 초청 ‘의식’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습근평 주석이 자국의 중요 행사인 남경대학살 8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채 문 대통령만 기다리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문 대통령을 만나는 ‘의식’이 시작될 때부터 ‘의전’을 잘하면 된다. 정상회담 후에 함께 문화행사를 관람한 것은 특별한 예우의 의전이었다. 손님을 초청해 놓고서 자리를 비웠다는 말이 자칫 중국을 질책하는 말로 오해될까 봐 걱정이 된다. 삼가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