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사업 적자로 힘겨운 한화갤러리아가 유연근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 유연근무제 실효성 등을 파일럿 테스트 중인데, 직원들은 기존보다 근무시간이 줄면서 발생하는 임금 하락을 우려하고 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20일 한화갤러리아와 노조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유연근무제 도입 효과와 문제점 파악 등을 위해 11월부터 이달까지 충남 천안시에 있는 센터시티점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하고 있다. 사측이 현재 도입을 준비 중인 유연근무제는 △A형 9시~18시 30분 △B형 10시~19시 30분 △C형 10시 30분~20시 △D형 11시~20시 30분 △E형 11시 30분~21시 등 5개로 나뉜다. 직군별로 제한적으로 선택해 근무하는 형태이데 점심·간식시간을 현행대로 유지하면 근로시간이 1시간 줄어든다. 현재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근로자는 오전 9시 30분 출근해 오후 8시 퇴근(면세점 제외)하는 9시간 근무제를 적용받는다. 여기에는 점심시간 1시간과 간식시간 30분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앞서 ‘주 35시간 근무제’ 전환을 발표한 신세계그룹과 마찬가지로 유연근무제 도입과 이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으로 발생할 임금 하락 부분이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주 35시간제를 시행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2020년 최저 시급 1만 원 시대가 되면 주 40시간 일할 때보다 월급 26만 원, 연봉으로 312만 원을 덜 받게 된다며 근로시간 단축의 진짜 목적은‘인건비 절감’에 있다고 주장한다.
한화갤러리아 노조 역시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기존 근무 형태에서는 대다수 직원에게 고정 연장 근로가 28시간 정도 발생한다. 하지만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 기존보다 1시간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데다 A와 E형 등 근무 시간대에 따라 임금 격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연차나 휴무 사용으로 결원이 발생했을 때 업무 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한다. 한화갤러리아 근로자 사이에서는 유연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찬반 의견이 공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는 기존보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그에 따른 임금 손실 분이 생기고 평균 임금이 내려가면 퇴직금도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제도가 시행되면 아무래도 직원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의 근무제 변경 테스트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과 면세점 적자에 따른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2월부터 매년 10개월에 걸쳐 균등 분할 지급되던 상여금을 월할상여란 명목으로 변경 수당화해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면세점 사업 진출 이후 발생한 적자 등 경영난이 원인이었다. 한화갤러리아는 경영난 악화로 임직원 임금 자진 반납을 결의했고, 최근에는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권까지 반납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파일럿 테스트 종료 후 유연근무제 도입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며 도입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며 “유연근무제 시행 시에는 노조 등과 충분한 협의 하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