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정위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스(TF)'는 19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결론 내렸다. 지난해 공정위가 해당 사건을 심의절차 종료로 의결한 것은 실체적ㆍ절차적 측면에서 일부 잘못이 있었다는 게 결론이다.
다만 TF는 2012년 무혐의 결정 처리 과정과 내용의 적정성에는 잘못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고 봤다.
권 교수는 "이러한 점에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적인 조사와 심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공정위에 권고한다"고 했다.
애경은 2002∼2011년 SK케미칼이 제조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ㆍ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주성분인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두 회사는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누락한 혐의(표시광고법 위반)를 받았다.
공정위는 작년 8월 이 혐의에 관한 판단을 중단하는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TF는 표시ㆍ광고법의 입법 취지와 그 사회적 기능에 비춰 너무 엄격하게 해석한 점이 '실체적 측면'에서의 잘못이라고 봤다.
CMIT와 MIT 독성을 미국 환경청이 인정하고 있고, SK케미칼이 작성한 물질 안전보건자료에도 독성이 있다고 인정했다는 점으로 볼 때 인체 위해 가능성이 있고, 사업자도 그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체 위해 가능성 정보는 소비자 구매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인데도 이를 적극적으로 표시ㆍ광고하지 않은 행위는 표시ㆍ광고법상 부당한 기만적 표시ㆍ광고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인체의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법성 판단을 유보한 것은 법의 입법 취지와 표시ㆍ광고의 사회적 기능에 비춰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TF 조사 결과 최종 합의 당시 공정위 심결보좌는 환경부가 CMIT 피해를 인정한 내용을 담은 참고자료를 비상임위원들에게 제대로 송부하지 않았다. 비상임위원들이 합의를 유선통화로 하면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탓에 환경부가 해당 제품 단독사용자 2명을 피해자로 추가 인정한 사실과 환경부의 연구 내용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TF는 또한,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했을 때 2016년 논의를 공정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가 아닌 서울사무소 소회의에서 처리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봤다.
다만 2012년 CMIT와 MIT 성분 제품을 판매한 애경과 이마트 무혐의 결정 과정에서는 잘못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TF는 당시 공정위가 2012년 2월 질병관리본부의 동물실험결과 발표 내용을 주된 근거로 두 업체를 무혐의 조치한 것과 관련해서도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의 결과에 사실상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TF 조사 결과에 대해 "조직의 대표로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적으로 진심 어린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첫 번째 과제로 2016년 신고 사건 재조사와 관련해 전원회의에 상정된 심사보고서를 가장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며 "그 이후도 관련 사항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