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6800억 원이 투입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연구개발(R&D)을 지속할 지 여부가 내년 1월에 결정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과 스트론튬을 분리하고 플루토늄 등 물질들을 추출해 고속로에서 태우는 방식(건식)으로 처리해 부피를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SFR) R&D 사업에 대한 객관적 검토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이를 위해 물리ㆍ화학ㆍ기계ㆍ에너지ㆍ환경 등 기술적으로 인접한 연구 분야의 중립 성향 전문가 7명으로 '사업재검토위원회'가 구성된다. 위원회는 파이로프로세싱과 SFR의 기술성ㆍ경제성ㆍ안전성과 지금까지의 연구성과, 파급효과, 외교적 영향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또 객관적이면서 밀도 있는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검토 기간 동안 상시적인 검증활동을 수행하고 찬반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동안 제기된 이슈에 대해 발표된 논문 및 보고서 등 자료 검토와 더불어 찬반 양측의 의견청취, 전문가 의견수렴, 토론회 등도 열 계획이다.
특히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검증에 활용한 자료를 공개해 찬반 양측이 언제든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양측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검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위원회가 이러한 검증활동을 바탕으로 내년 1월 최종적인 종합 검토의견을 내놓는 대로 2020년까지 계획된 이 R&D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미국과 우리나라 등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핵무기 확산 우려를 줄이는 차원에서 파이로프로세싱 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기존의 상용화된 습식 재처리 방식을 쓰면 플루토늄을 뽑아내 핵무기 원료로 전용하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실험 과정에서 방사성 기체가 방출될 위험이 있고 선진국에서조차 아직 상용화 사례가 없어 안전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듐냉각고속로는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재처리한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료로, 냉각제로 소듐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 두 기술의 연구개발은 1997년부터 추진돼 6764억 원이 투입됐으며, 내년도 예산은 국회에서 406억 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다만 국회에서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전문가와 국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 및 방향을 재검토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