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대상선에 대한 자금 지원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은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내 유일 원양 국적선사가 된 현대상선이 살아나야 해운산업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진해운 파산'에 무너진 韓 해운…현대상선 경쟁력 회복 '절실'=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한국 해운업계의 경쟁력도 크게 약화됐다.
현재 국내 유일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세계 13위 기록하고 있으나 35만TEU 수준인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현대상선이 속한 2M얼라이언스의 머스크(355만TEU)나 MSC(312만TEU)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문제는 현대상선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잇따라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머스크는 독일 함부르크 쥐트를 40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경쟁국인 일본은 자국선사 3곳(MOL·NYK·K라인)을 합병했다. 프랑스 CMA-CGM도 싱가포르 선사 넵튠오리엔트 라인을 25억 달러에 인수했다. 특히 중국의 국적선사 코스코(181만TEU)는 세계 7위 선사인 홍콩 OOCL(67만TEU)를 합병하면서 머스크, MSC에 이어 세계 3위 선사로 올라섰다.
현대상선도 신조 발주나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현대상선은 100만~300만TEU를 보유한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하려면 선복량을 100만TEU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AT커니 "현대상선, 경쟁력 확보 위해 최대 10조 필요" = 문제는 역시 자금이다. 현대상선이 해외 컨설팅 업체 AT커니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2022년까지 총 9조90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선대 규모 확대를 위한 선박 발주에 5조6000억 원이 필요하다. 또 컨테이너 150만개 추가 확보에 3조3000억 원, 남미·인도·중동 등 주요 터미널 지분 인수에 1조 원 등의 자금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단순히 경쟁력 확보 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도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환경규제 때문이다. UN(국제연합) 산하 국제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 1일부터 황 함유율이 0.5% 이하인 선박연료유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등의 황산화물(SOx) 배출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IMO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운항할 수 없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M&A 마무리 이후 대형 선사들이 얼라이언스 내에서의 균형을 위해 다시 초대형 선박 발주에 나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대상선으로서도 선대확장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표 첨부
-글로벌 선사 M&A현황
-현대상선 구조조정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