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의 눈물

입력 2017-11-09 15:54 수정 2017-11-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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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주사업 하던 아버지 손삼헌, 손 회장의 경영 롤모델

최근 미국 이동통신업계를 재편하겠다는 야욕에 실패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끝내 눈물을 쏟았다. 자신에게 기업 경영의 노하우를 전수한 아버지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눈물을 보였다고 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미국 이동통신업계를 제패하려 했던 손 회장의 야심이 꺾였다. 미국 이동통신업계 3위, 4위 업체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 논의가 지난 4일 공식 결렬된 탓이다. 스프린트의 모회사인 소프트뱅크는 각종 인공지능(AI) 사업을 위해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는데 T모바일 대주주인 도이체텔레콤 측도 경영권 확보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대략적인 합의에 도달했지만, 막판 협상이 변수였다. 도이체방크의 티모테우스 회트게스 최고경영자(CEO)가 일본을 직접 찾았으나 대화는 평행선에 그쳤다. 합병 뒤 보유 지분 문제를 놓고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양사는 협상 결렬을 발표했다.

손 회장은 1981년 작은 컴퓨터 가게를 차리며 사업에 발을 들였다. 소프트뱅크는 빠르게 성장해 1996년 미국 포털사이트 야후와 제휴한 야후재팬을 설립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초고속 인터넷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고, 이동통신 사업에도 손을 댔다. 그가 손을 대는 사업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대부분 성공했다.

그는 60세가 되면 후계자에게 사업을 물려주겠다고 공언해왔다. 올해 8월 60세가 된 그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좌시할 수 없다며 자신의 인생 계획을 바꾸었다. 작년에 그는 사실상 후계자로 거론되어 온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을 경영 일선에서 배제했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손 회장과 아로라 부사장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었고, 손 회장이 당분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고 싶어해 그를 내쳤다고 분석했다.

이후 손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1000억 달러(약 111조5900억 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설립해 IT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로 시선을 끌었다. 지난달 그는 “10조 엔은 충분치 않다”며 “2~3년마다 비전펀드 2, 3, 4를 설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비전펀드는 10년 내 최소 1000개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공 가도를 달렸던 손 회장은 최근 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 무산으로 좌절을 맛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손 회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의 아버지 손삼헌을 인터뷰해 손 회장의 인생을 되짚었다. 재일 한국인 2세로 태어난 손삼헌은 올해 81세로 현재 일본 후쿠오카 현에서 강아지 2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손삼헌은 어린 시절에 부모의 고향인 한국 대구에서 살다가 다시 일본으로 밀입국해 밀주 사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당시 손삼헌의 경영 노하우를 손 회장은 그대로 체화했다. 손삼헌은 사람들이 밀주에 편견을 갖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무료 시음회를 열었다. 2001년 9월 소프트뱅크는 전화선을 이용해 통신에 접속하는 ADSL 사업을 했을 때 도쿄 아키하바라 등 전자상가에서 ADSL 모뎀을 무료로 배포했는데, 이는 아버지의 경영 노하우를 접목한 것이었다. 단순히 경영 기업뿐 아니라 여러 사업을 동시에 하는 성향도 손 회장은 아버지를 빼닮았다. 손삼헌은 밀주 제조에 더해 양돈 사업으로 돈을 벌었고, 손 회장이 중학생이 됐을 무렵에는 파칭코를 운영해 재산을 불렸다.

이처럼 아버지에게 큰 영향을 받은 손 회장은 인터뷰 중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손 회장은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과거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한다”며 “나는 너희를 먹고 입히는 데 급급해하며 살았지만 너는 나와 달리 큰 뜻을 세워야 한다고 말씀하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아버지가 사업으로 자신을 키운 만큼 세계적인 사업가의 길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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