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한해 20~30차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합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경쟁상대를 제대로 알고 분석하는게 중요해졌어요. 오늘 나와있는 차들은 이런 연구목적으로 사용했던 차들입니다."
행사장 곳곳에서 일반 관람객을 맞고 있는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은 사뭇 긴장된 모습이다. 업무의 특성상 야외 행사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차량을 설명하하고 행사를 진행하는게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현대기아차는 1일부터 사흘동안 남양연구소(경기도 화성)에서 '2017 R&D 모터쇼'를 연다. 선행 신기술 공유 및 각종 지원과 포상 등을 통해 협력사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한 행사다. 행사는 2004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벌써 14회 째다.
'함께하는 R&D, 동반성장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현대기아차는 물론 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경쟁업체의 완성차 98대가 나왔다. R&D 모터쇼답게 절개 차량과 차체 골격을 드러낸 8대의 개발차가 눈길을 끌었다. 친환경, 자율주행차 관련 신기술도 알아보기 쉽게 전시했다.
특이한 점은 행사에 나온, 한 마디로 현대차가 경쟁차종 생각하는 이들 대부분이 유럽차와 일본차였다. 미국차는 포드 소형차(피에스타) 정도가 한켠에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연구개발본부가 일본차의 내구성과 유럽차의 감성품질을 추격중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테마별로 △스몰존 △컴팩트존 △라지존 △럭셔리존 △레저존 △밀리터리존 △에코존 등으로 전시 구역을 나눴다. 차급별 비교가 용이하도록한 배려다.
서울 역삼동에 온 고희철(31) 씨는 아침 일찍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작년에 처음 와보고 볼거리가 많아 올해 다시 왔다. 작년 행사 때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해 고생했던 기억이 나서 새벽부터 출발해서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화성 남양연구소는 서울 도심에서 50km 안팎을 달려야 도착한다. 매년 연구소 정문 앞 주차장에서 열리는 탓에 주차장이 넉넉하지 않은 편. 그만큼 일반인의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관심에 맞춰 내실도 다지고 있다. 단순한 테스트용 차를 전시하는게 아닌, 자율주행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최근 자동차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신기술이 속속 공개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에 다니는 유경석(24) 씨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행사장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학교 친구들이 오늘부터 이곳에서 자율주행차를 전시하고 있어 직접 구경을 왔다"고 했다.
한국GM 협력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양 모씨는 "차체 설계에 있어서 차이점과 장단점 등을 파악하기 위해 행사장에 매년 오고 있다"며 "중국의 자동차 부품사에서도 공식적으로 이 행사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점심께 접어들면서 행사장에는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일반인들과 연구원들이 '자동차'라는 공통분모를 사이에 두고 다양한 정보와 평가를 이어가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현대기아차의 R&D 모터쇼는 분명 일반 모터쇼와 '궤'를 달리한다. 전시차마다 타이어에 흙이 묻어있거나 광택이 죽어있는 차량도 곳곳에 보인다. 화려한 조명과 멋진 레이싱걸로 포장된 일반 모터쇼와 다르다는 의미다.
행사 부스 이곳저곳에서 명함을 돌리는 자동차 영업사원도 없다. 관람객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려는 상술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동차의 연구와 개발의 공유'라는 순수한 목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행사다. 주차장에 서있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차들을 자유롭게 구경하고 타볼 수 있는 것도 장점. 이른바 '날 것'에 대한 진심이 곳곳에 묻어있기도 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은 체험형 프로그램을 확대해 협력사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관심있는 일반 관람객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마련했다”며, “더 많은 협력사들과 함께 신기술 개발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R&D 역량을 강화해 동반성장을 도모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