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돋보기를 대보자. 최근 금융권에는 고위공직자 등이 개입된 권력형 인사 청탁이 판을 치는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공공기관에 더해 민간 은행까지 채용 비리 의혹으로 얼룩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번의 채용 비리 의혹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치욕스러운 상황에 부닥쳤다. 지난해 전 국회의원 자녀의 변호사 채용 비리 의혹에 이어 올해 감사원 감사 결과 신입·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혜 채용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사태로 금감원 임원 4명이 사퇴했으며, 연루 의혹을 받은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과 한국수출입은행 임원 등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3월 KEB하나은행은 최순실 씨의 인사 청탁으로 임원 자리에 오른 의혹을 사고 있는 이상화 글로벌영업2본부장을 면직했다. 이 전 본부장 인사에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고위직 인사까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나은행은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었다.
우리은행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신입 행원 공채 과정에 금감원 임원 등의 청탁으로 인한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돼 자체 감찰을 벌였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 등에 대해 채용 비리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다음 달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조사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과 공직유관단체로 분류된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이 대상이다. 우리은행에 대해서도 조만간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채용 비리 사실이 드러난 경우 우선 관련자들의 문책과 징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간단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미 신뢰를 잃은 마당에 이러한 땜질식 처방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는지 미지수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채용 비리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크로니 캐피털리즘(정실 자본주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족벌경영과 정경유착의 이른바 ‘끼리끼리 문화’ 때문이라는 것인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혁신 없이는 모든 대책이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사 청탁은 채용이 있는 곳에 항상 있었다. 모두가 쉬쉬하는 사이 관행처럼 여겨졌다. 특혜 채용은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가 낳은 부조리의 자화상이다. 보통 사람(취업준비생)들이 소위 ‘백(back)’ 있는 기득권층에 일자리까지 뺏겼다. 상실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채용 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채용 비리야말로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적폐이다.
후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은 그저 풍요로운 나라가 아니다. ‘노력의 대가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보편적인 가치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정의(正義)로운 사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