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인사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발본색원(拔本塞源)한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이에 전국 공공기관 전수조사로 드러나는 채용비리 기관과 연루자는 전방위로 확산할 전망이다.
30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특별전형으로 채용된 농·축협 지역조합 임원 자녀 46명을 감사한 결과, 공고 미실시나 경쟁 미준수 등 12명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견책 등 경징계 처분에 그친 채 업무방해 등 직무범죄 고발이나 채용 취소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의 고용세습 등 인사비리 문제는 꾸준히 지적된 바 있다.
한국마사회는 현명관 전 회장 재임 당시 삼성 출신 자문위원들이 운영하거나 관여한 업체들에 무더기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사회는 삼성물산 회장 출신인 현 전 회장이 자문위원 30명 중 13명을 삼성 출신으로 채웠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이들 삼성출신 자문위원이 대표이사로 있거나 관여한 업체들에 6건의 사업용역을 맡겼다는 의혹이 추가됐다. 마사회가 삼성 출신 인사들을 개방형 직위로 채용하면서 평가등급과 성과급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용역계약과 개방형직위 인사특혜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면서 “낙하산 회장의 공공기관 사유화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채용비리도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대한석탄공사·강원랜드·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가스안전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이 부정채용 기관들로 거론된다.
특히 가스공사는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임직원 9명이 조기퇴직하고 연봉을 대폭 올려 자회사나 출자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9명의 연봉은 가스공사 재직 당시 평균 1억2800만 원에서 재취업 후 2억4000만 원으로 배 가까이 뛰었다.
9명 중 7명이 퇴직 이튿날 바로 재취업했다. 이들 대부분은 정년퇴직을 앞둔 시점에서 조기퇴직을 하는 방식으로 자회사나 출자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가스공사는 정작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형 단계별로 합격 최저점수에 해당하는 채용 응시생의 절반 이상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불합격 처리한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공기업들의 인사비리도 만연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민주 어기구 의원은 한수원,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한전KDN,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에서 부정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채용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