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통화스왑 연장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가 하락(원화강세)했고 중국에서도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안도감을 갖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및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현지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한·중 통화스왑은 연장계약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간 북한 핵실험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한·중간 통화스왑 종료는 양국간 정치·외교·경제 등 측면에서의 단절을 상징하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왔다. 또 한·중간 통화스왑은 달러로 환산하면 560억달러 규모로 한국이 맺은 통화스왑 규모의 45.8%에 달한다는 점, 과거 일본과의 통화스왑도 독도문제 등 정치적 갈등에 종료된 적이 있다는 점 등에서 이번 한·중 통화스왑이 종료될 경우 지역적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중국이 연장을 해줬다는 의미에서 사드 보복에 대한 해소 여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불안감을 완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중 통화스왑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 일본이 한국을 지원했더라면 일본 엔화는 동아시아에서 패권통화가 됐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위안화 통화의 지역내 위상을 높였다.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영향력은 미미, 미·일과 통화스왑 협상 나서야 = 한·중 통화스왑 연장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가 4.3원(0.38%) 떨어지며 일부 반응하긴 했지만 이같은 추세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데다 한·중간 통화스왑에 사용된 원화와 위안화가 국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감안하면 외환보유액을 편하게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상시를 대비해 외화조달 통로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연장은 바람직했다. 오늘(13일) 환율시장 흐름을 봐서는 원·달러 하향 효과가 있는 듯 싶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경상흑자, 대외자산보유 등을 감안할 때 외화 유동성 부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수 없다. 이런 점에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구조적이고 장기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미간 대립에 따른 지정학적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에 대한 안전판을 더 확충할 필요성은 있다고 봤다.
박상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고를 두고 많다 적다는 평가로 갈리고 있다. 혹시 모를 유동성위기에 대처하고 미국이 긴축에 나서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과 일본과 통화스왑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도 “미국의 환율조작국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고를 지속적으로 쌓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원칙적으로 쉽지 않지만 미국과 통화스왑을 맺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또 과거 통화스왑을 맺은 적이 있는 일본과도 먼저 통화스왑 협상을 제안할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