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7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중 통화스와프가 10일 만기도래한 데다 연장 협상도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외환보유액까지 줄자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안전판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미 간 대립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간 갈등까지 얽히고설키면서 외환시장 안정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전월 말 대비 1억7000만 달러 감소한 3846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월 말에는 3848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넉 달 연속 사상최대 행진을 이어간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감소세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던 9월 미국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데다 감소폭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들은 “줄어든 1억7000만 달러 규모는 환율 변동에 따라 하루에도 오갈 만큼의 수준으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판은 튼튼하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중 통화스와프는 10일 자정을 기준으로 만기도래했다.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는 원화 64조 원, 위안화 3600억 위안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56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통화스와프 1224억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45.8% 수준이다.
다만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며 협상 당사자가 있는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사실상 종료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인 셈이다. 실제 꼭 1년 전인 지난해 10월 12일 만기도래한 한·아랍에미리트(UAE) 간 통화스와프도 협상 중임을 이유로 현재까지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적 이슈로 과거 일본과의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바 있다.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는 아니어서 당장 충격은 없겠지만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측면이 있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줄 수 있다”며 “실제 북핵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두 배 가까이 올라 위기측정 2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한·일 간 통화스와프 체결에 나서는 등 안전판 확충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