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들은 5G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율주행차 개발에 5G 네트워크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막대한 데이터를 끊김 없이 전달하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이통사들이 자율주행차 전 단계인 커넥티드카 개발을 완료하면서 통신과 자동차를 넘나드는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이통사 중 자율주행차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이 ‘제네시스 G80’을 개조해 만든 자율주행차는 지난달 21일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이 차는 서울 만남의광장부터 수원 신갈 나들목(IC)까지 약 26㎞의 경부고속도로 구간을 약 33분, 최고속도 80㎞/h, 평균속도 47㎞/h(약 50㎞)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통신사가 시험용 트랙이 아니라 실제 주행환경과 같은 조건에서 주변 차량 흐름에 맞춰 자율주행을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성공한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으로 3단계(조건부 자동화)에 해당한다. 이 단계는 고속도로 같은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 감시 아래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현재 벤츠, BMW, 현대기아자동차도 3단계 자율주행기술 개발까지 완료한 상태다.
학계에서는 자율주행차량이 도로를 약 90분 동안 달리면 현재 기준으로 4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스마트폰을 통해 쓰는 데이터양이 약 6기가바이트(GB)라고 가정하면, 무려 683명이 한 달 동안 쓴 데이터 사용량과 90분간 달린 자율주행차의 데이터양이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SK텔레콤은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를 끊김 없이 전달하기 위해 자율주행차에 반응속도 0.001초 이하의 5G 차량 소통 기술(V2X)을 접목할 예정이다. 5G V2X는 이동통신망을 통해 차량, 관제센터, 사물인터넷(IoT, 예를 들면 신호등)과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전방 사고 등에 차량이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3D 초정밀지도(HD맵) 솔루션, 지형지물 감지 센서(레이더·라이더·카메라)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5G와 자율주행차를 연동하고 주요 도로를 3D HD맵으로 제작해 공개 시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KT도 내년 평창 동계 올림픽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KT가 개발하고 있는 차량은 승용차가 아니라 버스다. KT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서울대, 네이버 등이 개발한 자율주행 승용차가 일반 도로에서 시험 주행을 한 적은 있지만 버스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KT는 지난달부터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 버스 시범 주행에 나서고 있다. 버스는 승용차와 달리 핸들, 브레이크 등 차량 주요 부품에 전자식 제어기능이 구현돼 있지 않고, 센서 부착 위치가 높아 차량 주변의 사물을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다. 또 차체가 길고 무거워 자율주행을 위한 차량 제어 난이도가 높다.
KT의 자율주행 버스는 단독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여러 대의 차량이 군집 주행하는 플래투닝(Platooning) 등이 가능하고, 라이다(LiDAR·물체인식센서)·카메라 등 기존 센서 외에 KT 무선망을 활용한 정밀 위치 측정 시스템을 탑재했다.
KT 측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