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법정상한선(33만 원)을 초과한 불법 보조금이 또다시 등장했다. 출고가가 100만 원을 호가하는 갤럭시노트8에 최대 40만 원의 불법 보조금이 붙으면서 30만 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지는 등 단통법 취지와 달리 이용자 차별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신 스마트폰인 갤노트8을 통신사를 변경해 구매할 경우(번호이동) 할부원금이 37만 원까지 떨어졌다. 경쟁폰인 LG V30은 25만 원에 거래됐다. 갤노트8과 V30의 출고가는(64GB 기준) 109만 원, 94만 9300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단통법에서 정한 법정지원금 상한선인 33만 원에 추가로 30~40만 원 가량의 불법 보조금이 더해진 셈이다.
2014년 10월 1일 3년 인몰로 시행된 단통법 중에서 가장 큰 원성을 사 온 조항이 바로 지원금상한제였다. 출시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규 단말기 지원금을 33만원 미만으로 규정했던 이 조항은 그동안 지원금 경쟁으로 인해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으려고 도입했지만 제도 시행 후 단말기 출고가는 높아지고 지원금은 줄면서 소비자 부담만 가중됐다.
이 제도가 시행되고 보조금을 맘대로 뿌리지 못하자 오히려 음지에서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렸다.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떳다방식(스팟성)으로 보조금이 풀렸다. 이 사이 대다수 소비자가 접하는 공시 지원금은 구형폰에 집중되면서 이용자 차별은 심화됐다. 결국 단통법은 시장 투명화, 단말기 가격 거품 제거 등 당초 기대했던 어떤 효과도 내지 못한 채 실효성에 의문만 제기돼 왔다.
통신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주장도 있다. 통신업체들은 상한제 덕택에 고객에게 주는 지원금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월부터는 이동통신사가 공시지원금 상한선 없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더 많은 양의 보조금이 시장에 풀려 휴대폰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추석연휴까지 겹쳐 최신 스마트폰이 과거처럼 공짜폰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10월 한 달간 특별 단속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만큼 당장 보조금이 대거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가입자 경쟁을 위해 보조금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