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스위스 네슬레가 최근 고급화 전략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 블루보틀을 품에 안았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네슬레는 블루보틀 지분 68%를 4억25000만 달러(약 4828억 원)에 사들였다.
캘리포니아 소재 블루보틀은 커피 원두 매입과 제조 방법 등에서 최고급을 고집하는 업체로 미국 커피업계 ‘제3의 물결(고품질 커피)’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커피업계는 인스턴트 커피로 대표되는 제1의 물결과 스타벅스 등의 대형 체인이 등장한 제2의 물결 등으로 트렌드를 분류하고 있다.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이 지난 2002년 커피에 대한 열정을 갖고 커피 사업에 뛰어든 것이 블루보틀의 시작이었다. 작은 차고에서 1인 커피숍으로 출발했던 블루보틀은 이제 커피업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FT는 블루보틀을 커피업계의 ‘힙스터(Hipster·유행을 따르지 않고 고유한 스타일 고수하는 것)’라고 평가했다. 블루보틀은 올해 말까지 캘리포니아와 뉴욕, 워싱턴과 일본 도쿄 등에서 매장을 55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의 배 가까운 수치다.
블루보틀은 최근 수년간 피델리타와 구글 벤처캐피털 자회사 등 대형 펀드는 물론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공동 설립자, 에반 윌리엄스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와 U2의 보노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로부터 1억20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인수로 네슬레는 미국 시장에서 스타벅스와 큐리그그린마운틴과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됐다. 패트리스 불라 네슬레 마케팅 대표는 “우리가 갖지 못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팀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네슬레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자사주 매입과 수익성 개선 압박에 시달려왔다. 미국 헤지펀드 써드포인트가 지난 6월 네슬레 지분을 사들이고 전략 전환을 촉구하고 나서 네슬레가 신흥기업을 인수하거나 출자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새로운 성장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다.
네슬레는 인스턴트 커피 부문의 세계 최대 브랜드인 네스카페와 캡슐커피인 네스프레소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고급 커피 부문으로 진출하면서 커피 사업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브라이언 미핸 블루보틀 CEO 등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 네슬레는 회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할 계획이다.
세계 식품시장에서는 기존 대중 브랜드에 싫증이 난 소비자들이 비싸지만 톡톡 튀는 개성과 고급스러운 맛을 지향하는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맥주 부문에서도 수제 맥주 등이 버드와이저와 같은 대기업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세계 최대 맥주업체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수제 맥주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는 등 대응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