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에 들인 공이 얼마인데….”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던 중국 시장이 한국 기업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이 노골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사드 추가 배치와 관련해 ‘동북아의 악성종양’이라며 여전히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어 사드 보복이 장기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어떤 대책도 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경우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BAIC)가 합자회사 ‘베이징현대’와의 관계를 끝내는 것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책은커녕 중국의 보복 조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현대차와 베이징현대차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현대차는 중국 시장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는 수년간 중국에 공장을 짓고, 딜러망을 구축하는 등 중국 사업에 공을 들였기 때문에 손해는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실제 합자 종료로 이어진다면 중국 공장은 폐기물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기차의 경우 정부와 통하는 정경유착의 대표 기업”이라면서 “결국 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의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의 시름은 더 깊다. 이마트는 중국 진출 20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중국 상하이 등에 위치한 매장 5곳을 태국 최대 재벌인 CP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관광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며 체념한 분위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여름성수기였던 7월 한 달간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69.3% 줄었다. 이에 사드 보복으로 2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면세점의 실적은 하반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항공업계도 중국 노선을 대폭 축소하는 등 상황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 여파가 지속하면서 중국 노선 수송 증가율이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감한 상태”라며 “비수기에는 오히려 중국 노선 타격을 장거리 노선이나 화물 부문이 커버할 수 있었으나, 성수기에는 이익 기여도가 절대적인 중국 노선 타격의 영향력을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석유화학업계는 사드 보복으로부터 자유로운 분위기다. 다만 전기차배터리를 제조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등은 사드 보복으로 고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