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이폰 대란 때처럼 통신시장이 혼탁해지지 않게 소모적인 마케팅은 지양해 달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6일 오전 이동통신 3사 대표(CEO)들과 만나 이같이 강조하면서 “이용자 편익을 강화하기 위한 요금과 서비스 경쟁에 매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위원장이 이통 3사 CEO를 만난 것은 지난달 1일 취임 후 처음이다.
지난 3년 동안 출시 15개월 미만의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적용됐던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33만 원)가 이달 말부터 폐지되면서 최신 스마트폰들을 대상으로 33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 위원장은 이통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불법 보조금을 대거 투입해 시장을 혼탁하게 했던 ‘갤럭시·아이폰 대란’ 재연 방지를 위해 사전 경고를 한 셈이다.
이통 3사 CEO들은 이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따른 새로운 시장질서 정립을 위해 공시제 개선 등의 정책 방안을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7월 알뜰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대한 언론의 우려가 있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통사와 알뜰폰)전통적인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알뜰통신, 중소 유통점 등과 상생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적극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이통 3사 대신 알뜰폰 사업자를 먼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알뜰통신 사업자가 대형 통신사와의 경쟁 과정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통 3사가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통신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뜰폰 업체들은 이통 3사에 돈을 내고 망을 빌려오지만, 이통사 한 곳에서만 받아올 수 있기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들이 가격이나 계약 조건들을 경쟁에 부칠 수 없다. 알뜰폰 업체 입장에서는 망 사용이 절실하고, 요금제 등 각종 서비스가 판매자인 이통사의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통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통신사 대표들은 건강한 통신시장 질서를 확립하려면 시장 참여자 간 상생이 중요하다는 데 적극 공감하고 정부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통신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을 비롯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국내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선보이는 만큼 차질 없이 준비해 우리나라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