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세 번째 ‘골든타임’을 맞았다. 구조적으로 석유제품의 수급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 각종 자연재해로 공급이 더욱 줄면서 정유업황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것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석유제품 수요량이 올해와 내년엔 각각 일일 140만 배럴(b/d), 156만b/d로 예상되며, 정유업계 호황기였던 2011년 일일 100만b/d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보다 더 큰 규모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전유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정유업황은 향후 글로벌 수급 상황과 미국의 공급 차질을 감안했을 때, 과거 골든 에이지였던 2004~2007년, 2010~2011년에 이은 제 3의 호황기라고 하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은 시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제마진 역시 비수기인 현재 9달러에 달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5달러 대비 약 2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석유제품의 수요 증가분이 신규 설비 증가분을 상회하며 세계 정제설비의 유휴생산능력(spare capacity)도 50여 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지난해 세계 유휴생산능력은 0.9mbpd(일일 100만 배럴)로 전년 대비 55%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0.2mbpd로 줄고, 2019년에는 -1.2mbpd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제설비들의 유휴생산능력이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것이다.
구조적 호황에 더해 자연 재해 역시 정유업계 호황에 힘을 더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지역이 허리케인으로 미국의 총정제 설비의 30%가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기준 중단한 설비 규모는 약 440만b/d로 집계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의 추가 중단과 가동률 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단전 및 설비보수, 터미널 운행 재개 등 추후 조치를 취한다고 볼 때 최근 96%까지 상승했던 미국 내 설비가동률은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연구원은 “공급 증가는 60~70만b/d에 불과하고, 미국 중심으로 설비가동률이 역사적 고점에 달해 있음을 감안하면 유휴설비 또한 제한적인 것으로 추정, 결국 최근 정유 호황은 구조적으로 개선된 수급 상황에 의한 것이므로 장기화가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