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09만여 건의 과속운전이 적발된 가운데, 적발건수의 98% 이상은 벌점 없이 과태료만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인단속시스템 도입에 따른 허점으로, 과속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2016년 예비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과속운전 단속건수는 809만2611건이었다. 3건 중 1건은 규정속도보다 시속 20km 이하로 속도를 더 낸 경우였지만, 시속 40km~60km 속도 초과한 건수도 10만600건, 60km 넘게 속도를 더 높여 적발된 건수도 8926건이나 됐다.
그럼에도 과속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들의 절대 다수는 과태료 처분만 받았다. 단속건수의 98.3%(802만7564건)가 벌점 없이 과태료만 냈고, 고작 1.76%(14만912건)만 벌점 부과가 병행되는 범칙금을 낸 것이다. 특히나 벌점 60점으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시속 60km 초과 위반자 중에서도 벌점‧범칙금을 부과 받은 건 8건에 불과했다.
이렇듯 과속운전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건 무인단속시스템 도입으로 생겨난 문제점이란 게 행안위의 진단이다. 도입 전엔 단속경찰관이 현장에서 벌금`법칙금을 물렸지만 무인단속 도입 후엔 운전자가 특정되지 않아 자동차 소유주에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서를 보내고 과태료와 범칙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란 얘기다. 선택지를 받은 속도 위반자 대부분은 벌점 없이 범칙금보다 1만 원만 더 내면 되는 과태료 납부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만이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도 무인단속장치에 의해 과속운전이 4007만 건 적발됐으며, 이 중 98% 이상에 과태료만 부과됐다. 제한속도보다 시속 40km 이상 초과해 적발된 49만 건,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시속 60km 이상 위반 건도 2만9000건이었지만 벌점‧범칙금 처분을 받은 경우는 1%가 채 안됐다.
행안위는 “무인단속카메라 적발 시 자동차 소유자에 소명 의무를 부여하고 합리적인 소명이 없을 경우 과태료가 아닌 벌점‧범칙금을 부과하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극과속 운전자, 상습 위반자 등을 엄격히 처벌할 수 있도록 교통범칙금을 누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