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을 강화하면서 통신사들이 사실상 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앞세워 사업자 조사에 나서면서 전면전에 나서자 선택약정할인율 25%에 대해 소송을 저울질하던 이통사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선택약정할인율 25%에 대한 소송을 포기했다”며 “최종 결정권자가 결정을 내리면 비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율 25% 인상안에 대한 협상을 포기하고 다음달 15일부터 강행하기로 하면서 이통 3사는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 카드를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시장조사에 나서는 등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업자들이 선뜻 소송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통신규제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낸 전례가 없는 데다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도 이통사의 소송 포기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방통위는 25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중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항이 9월 말로 일몰(자동폐지)되는 데 대비해 10월 한 달간 이동통신 시장 혼탁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앞서 10일에는 이통 3사가 선택약정 25%에 대해 과기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날 공정위 카르텔 조사국 직원들이 이통사 사무실을 조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기본료(1만1000원) 폐지가 물 건너 간 시점에서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을 신규 가입자에만 적용하는 방안은 상대적으로 영업손실액이 적은 만큼 소송 카드 자체가 협상용이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선택약정할인율 25%를 기존 가입자에게 모두 적용할 경우 이통 3사의 영업 손실액은 1115억 원이지만 신규가입자에게만 적용하면 영업 손실이 180억 원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이통사는 기본료 일괄 폐지 시 이통사들의 수입 감소액은 7조9000억 원으로 통신 3사의 영업이익 3조6000억 원의 2배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이통 3사는 기본료 폐지를 막는 대신 선택약정할인율 25%를 시행하면서 막대한 금액의 손실액을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