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은 전일(8일)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우려에 약세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한국은행 기준금리(1.25%)와의 격차도 올 들어 최대치까지 벌어졌다.
다만 여전히 채권시장은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다. 부동산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인상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일 장막판 매수세가 일부 유입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의 언급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는 드라기 총재의 말을 예로 들며 “기존 수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완화 정도의 축소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GDP갭 마이너스 해소시점과 관련해서도 “통화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정책시차 등을 감안하면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를 종합해보면 빠르면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GDP갭 마이너스 해소시점보다 앞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다만 다가올 경제상황이나 정치경제적 역학구도를 봤을 때 내년 상반기보다는 올 연말 인상후 내년 하반기 추가 인상을 고려하는 것이 적합한 수순일 수 있어 보인다. 올 연말 인상이 아니라면 총재과 금통위원 교체, 지방선거 등 이슈가 맞물리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인상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은은 오는 10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3%까지 올려잡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8%로 상향조정한 성장률 전망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보복,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이같은 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면 성장률 상향조정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아울러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미 연준(Fed)은 9월 자산축소와 함께 연말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이미 기조 변화를 예고한 유럽중앙은행(ECB)이 올 하반기 실제 행동에 나선다면 대외적으로도 분위기가 잡힐 수 있다.
이 총재와 한은은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만 이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말 이전에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금리인상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감지되고 있는 중이다. 경제여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금리인상 한 번 못해보고 가는 총재로 남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연초와 설 연휴가 계속되는 내년 1월과 2월보다는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올 11월이 적기로 보인다.
이 총재 언급처럼 기존 수준의 통화정책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한 번의 금리인상이라면 가계부채 문제에도 긍정적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가계부채 총량에 대한 관리도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또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 금리 상승을 우려할 수 있지만 이같은 인상이라면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채권시장 금리는 오히려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주요국의 긴축 기조 역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되감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다. 우리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너무 완화적인 금리수준은 또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대처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채권시장은 9일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설에 전날 과매도했다는 인식이 있는 반면, 밤사이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두 재료의 충돌 양상 속에 외국인 움직임도 곁눈질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