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쇼핑 1번지 명동의 수많은 간판들 중에서 파란색 동그라미 안에 ‘부츠(Boots)’ 매장 로고는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거대했다. 건물 외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유니언잭(영국 국기)은 ‘나 외국물 먹고 들어왔어’라고 말하는 듯 했다. 부츠에서 불과 50m, 걸어서 1분 거리에는 명동의 터줏대감인 올리브영 명동본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헬스앤뷰티(H&B) 시장에 출사표를 낸 신흥 사업자 신세계와 동종업계 강자 CJ가 명동 한복판에서 한판승부에 돌입했다는 것이 실감났다.
처음 부츠 입구에 들어섰을 때 느낀 올리브영과의 가장 큰 차이는 브랜드 인지도였다. 부츠에는 맥, 크리니크 등 백화점 브랜드와 넘버세븐, 솝앤글리로 등 영국 본사 자체제작 브랜드가 많아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 와있는 듯 했다. 올리브영에서 중소기업 화장품 제품이 대부분인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매장을 둘러보던 김유진(21) 씨는 “일단 브랜드 종류가 많고 널찍해서 좋다. 올리브영에는 고가 브랜드가 없는데 여긴 백화점 가야 살 수 있는 화장품이 많아서 면세점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부츠 자체 제작 제품인 솝앤글로리를 들여다보던 김경희(26) 씨는 “평소 즐겨보는 뷰티 유투버들이 부츠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걸 눈여겨 봐뒀다”며 “해외에 나가야만 살 수 있던 화장품들을 사게 돼 좋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직원들이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과 달리 부츠에는 3종의 유니폼이 있다. 각 층마다 남색 블라우스를 입은 뷰티 어드바이저(Beauty AdvisorㆍBA), 2층에서는 하얀 가운을 입은 약사를 만날 수 있다.
남색 블라우스를 입은 직원들은 국내 드럭스토어 처음으로 상주하고 있는 뷰티 어드바이저다. 뷰티 어드바이저는 백화점이나 로드숍에서 화장품 판매 경력이 있는 직원으로 고객에게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한다. 권경준 뷰티 어드바이저 매니저는 “올리브영에 가면 직원이 제품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사야 하는데 비해 우리는 프리미엄 브랜드 업체에서 직접 교육 받는다”고 설명했다.
매장 내에 약국이 있는 것도 생소한 광경이다.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는 “처방전만 보고 약을 조제하는 일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젊은층이 주로 많다보니 감기약, 해열제, 피로회복제 등을 찾는다”고 말했다.
관광 일번지인 명동의 특성대로 외국인 고객도 많았는데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중국인 조 양(28) 씨는 “부츠는 한국의 다른 드럭스토어보다 넓고 물건 종류도 많지만 올리브영이나 왓슨스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인 엘리 씨는 “부츠는 전반적으로 우아한 분위기다. 제품도 고급스럽고 인테리어와 음악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부츠 매장이 기대와 달리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혜린(25)씨는 “쇼핑할 때 동선이 복잡하고 몇 층에 뭐가 있고 어디 뭐가 있는지 한 눈에 딱 들어오지 않는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전했다.
이꽃들 김보름 기자 flower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