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이라고 하면 안경 형태의 구글글래스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 헤드셋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그러나 최근 비약적인 기술 향상을 바탕으로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업체들이 AR 프로젝터에 베팅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프로젝터가 과거보다 소형ㆍ경량화되고 광원이 기존 램프 대신 레이저로 대체되면서 이 기기를 AR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존 프로젝터에 쓰였던 수은 램프는 수명이 수천 시간에 불과했지만 레이저를 쓰면 2만 시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밝기가 개선되고 초점 거리가 짧아지면서 다양한 실생활 환경에서 프로젝터를 AR 기기처럼 쓸 수 있게 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런 프로젝터의 발전을 바탕으로 지난 6월 소니가 출시한 신제품이 ‘엑스페리아 터치’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이 소형 프로젝터는 단순히 벽에 비춰 영화나 TV 등을 감상하는 것 이외 식탁과 거실 바닥 등에 화면을 투영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터치스크린처럼 쓸 수 있다. 카메라와 마이크 등을 사용해 큰 화면으로 영상통화를 할 수 있으며 음성인식 기능도 있어 앱 재생과 뉴스 검색 등도 가능하다.
소비자들이 안경이나 헤드셋을 착용할 필요 없이 현실공간에 컴퓨터 그래픽과 문자 등을 겹쳐 보여주는 AR 환경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니는 가정용 엑스페리아 터치 이외에도 실내 암벽등반 시설에 AR 영상을 투영해 사용자들이 장애물을 피하는 스포츠 이벤트용 시스템 등도 개발했다.
이 밖에도 차량 운전과 산업용 등 AR 프로젝터의 쓰임새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는 카메라로 외부 상황을 파악해 경로 안내 화살표와 돌발 상황 경고문 등을 차량 앞 유리창에 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물류센터에서의 화물 분류 표시 등 작업 효율화에서 수술 지원이라는 의학적 용도에 이르기까지 기업용 AR 프로젝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AR 프로젝터는 여러 사람이 같은 영상을 보고 있어 공동 작업을 할 수 있고 인원수만큼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 기업용으로 쓰기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차세대 AR 프로젝터를 위한 연구ㆍ개발(R&D)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 전기통신대학 연구진은 요철이 있는 커튼 등에서도 영상이 뚜렷하게 보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오사카대학은 드론에 소형 프로젝터를 탑재해 공중에서 영상을 투영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