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특유한 보수적인 문화와 아이스크림을 둘러싼 전통적 이미지를 깨는 일이 힘들었는데 막상 출시되고 나니 매출이 올라 기쁩니다.”
빙그레에서 메로나, 죠스바 등 바(bar)형 아이스크림 마케팅을 담당하는 남광현 과장은 1일 이투데이와 만나 “7월 메로나 매출이 전년대비 많이 늘어나 내부적으로도 고무돼 있다”며 "메로나는 더 이상 아이스크림만이 아닌 핫한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1992년 출시된 메로나는 25년동안 똑같은 맛과 제형을 이어온, 전 국민이 다 아는 아이스크림이다. 장수 제품은 장점이 크지만 트렌디한 이미지를 향한 갈증도 있기 마련이다. 이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남 과장의 미션이었다.
남 과장은 “아이스크림 신제품 출시가 아니라 다른 업종과의 컬래버레이션 아이디어라는 실험적인 시도여서 당시 내부 토론도 치열했다"면서 “첫 실험으로 1020 젊은 세대들이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분야인 패션과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휠라와 함께 출시한‘FILA X 메로나 컬렉션’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잡자 이번에는 생활용품 업계와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물이‘메로나 수세미’다. 세븐일레븐에서 지난 7월 한 달간 메로나 수세미(3900원)를 구매하면 메로나 아이스크림(1000원)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며칠만에 메로나 수세미는 품절 행진을 빚었다.
남 과장은 “앞으로 액세서리, 패션 등 다양한 업체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8월에는 ‘메로나 칫솔’, 9월에는 ‘마이스트로우 스프레이’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빙그레는 메로나를 하드 아이스크림으로 만나 왔던 소비자들의 관념도 깨부수고 음료로도 내놨다. 7월 출시한 제주 용암해수로 만든 메로나 맛 탄산음료 ‘메로나 스파클링’이 주인공이다. 빙그레는 앞으로도 아이스크림을 음료로 출시하는 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같은 변신의 성공은 아이러니하게도 빙과시장이 최근 침체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그는 "매년 아이스크림 신제품이 나오지만 근 10년간 기억나는 히트제품이 별로 없을 정도로 아이스크림이 여름 대표 상품으로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아이스크림 마케터로서 참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 과장은“장수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지만 올드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앞으로도 다른 업계와의 콜라보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키겠다”고 강조했다.